산업 기업

美 '한국 철강 때리기' 직격탄…對美수출 2년새 3조 줄었다

글로벌 철강경기 부진보다 반덤핑 규제강화 영향 더 커

이달에도 유정용 강관 관세율 재인상…최대 25% 부과

미국으로부터 집중적인 무역제재를 당하고 있는 한국 철강의 대미(對美) 수출이 2년 사이 3조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폭탄’ 부과로 한국산 수입을 줄인다는 미국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더욱이 이런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체제에서 더 심해질 조짐을 보여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1일(현지시간)에도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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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경제신문이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은 지난 2014년 60억5,000만달러, 2015년 41억7,000만달러, 지난해 35억달러로 이 기간 42.1% 감소했다. 금액으로 치면 25억5,000만달러(약 2조8,522억원)가 증발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010년(26억1,000만달러) 이후 가장 저조하다.


물론 2015년과 2016년은 철강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해이기는 하다. 글로벌 철강 경기가 침체됐고 철강 공급도 과잉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간 한국 철강의 대(對)세계 수출 감소 폭이 18.7%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대미 수출 피해가 유난히 컸다. 이런 탓에 철강 수출 중 미국 시장 비중도 2014년 19.0%, 2015년 13.2%, 2016년 11.8%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서도 2월 말 기준 10.5%로 더 줄었다. 한국 철강의 급격한 대미 수출 감소는 글로벌 철강경기 부진 외에 반덤핑·반보조금 규제 강화라는 ‘플러스 알파’ 요소가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반덤핑규제는 수출품을 국내 유통가보다 싸게 팔 경우 매기는 관세이고 반보조금 관세는 수출국 정부가 수출품에 보조금을 지원해 가격을 떨어뜨릴 경우 부과하는 관세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대미 수출 감소는 미국의 강관 등 수요가 급격히 떨어진 탓이 크지만 무역규제 강화의 영향도 작지 않다”며 “반덤핑규제가 대미 수출 감소에 끼친 영향이 50% 가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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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 규제에 착수한 건수는 2011~2013년 3건에 불과했지만 2014~2016년에는 8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5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50~60%에 이르는 고율 관세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이 이 시기부터 피소업체의 조사 협력이 미진하면 ‘기업에 불리한 모든 가용 정보(AFA·Adverse Facts Available)’를 활용해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규정을 남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서 각각 64.68%, 57.21%, 현대제철은 부식방지 도금강판 품목에 대해 47.8%의 관세를 부과받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에도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연례재심 반덤핑 최종판정에서 넥스틸에 24.92%, 현대제철에 13.84% 등 높은 관세율을 적용했다. 세아제강만 2.76%로 선방했다. 특히 넥스틸은 2014년 7월 원심 판정 때 나온 9.89%보다 2.5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다. 보통 재심 때는 원심과 비슷하거나 낮은 관세율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번 판정 때 AFA 규정이 적용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넥스틸이나 현대제철의 경우 수출 가격경쟁력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율의 관세임은 분명하다. 유정용 강관은 매년 미국 수출이 1조원 정도인 주력 수출 상품이어서 이번 반덤핑 판정이 더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 무역규제로 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수입업체가 한국산 외의 수입을 늘리는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정부 들어 보호무역주의가 더 심해지고 있어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평소 정부나 업계 차원에서 미국과 원활한 소통·교류를 통해 애초에 반덤핑규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강광우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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