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오스카 무노즈 CEO(최고경영자)가 ‘시스템’ 탓을 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무노즈 CEO는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지난 9일 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발생한 승객 끌어내리기 소동은 “승무원들이 상식을 동원해 판단하지 못하도록 한 시스템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관이나 매니저가 상식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는 도구와 정책, 절차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동이 발생한 다음날 직원들에게 승무원의 대처를 지지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대처하길 바란다고 이메일을 통해 전했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사건 발생 이틀째인 11일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유나이티드 항공의 시가총액이 3,000억원가량 증발하는 등 상황이 어려워지자 무노즈는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데 대해 그는 “표현이 미숙했다”고 둘러댔다.
사건이 알려진 뒤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무노즈의 퇴진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가 베트남계로 알려지자 이는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무노즈는 이번 사건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는 “유나이티드항공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고용됐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 9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을 출발해 켄터키 주 루이빌로 향하는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에서 항공사 측이 베트남계 의사 데이비드 다오를 강제로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데이비드 다오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고, 이를 담은 영상이 전 세계에 퍼졌다. 당시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좌석이 초과 예약돼 이같이 조처했다고 했으나, 늦게 도착한 승무원을 태우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