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슈 앤 워치] 트럼프의 '장사꾼 본색'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 철회 등

노회한 '밀당기술'로 習 설득

中, 결국 북 핵포기 압박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중국을 취임 첫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자신의 대표 공약을 가볍게 뒤집은 데 이어 그간 주요 이슈들에 관해 밝혀온 입장들을 줄줄이 철회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북핵 해결과 맞교환하려 했던 사실도 공개하며 사업가 출신의 ‘장사꾼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어디로 튈지 모를 ‘아웃사이더’ 정책에서 주류 정치권의 정책노선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그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애초에 실행하기 어려운 공약들을 조기에 손보겠다는 현실주의가 인정받을 부분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일관성 없고 충동적으로 외교·통상 문제에 접근하는 데 대한 불안과 혼란이 초래되면서 그의 리더십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며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도 중국 환율조작으로 엄청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압박했지만 북한 이슈라는 안보 문제를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도와주면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워싱턴 기득권 정치의 폐해 중 하나로 비판했던 공약 불이행 이유에 대해 “지금 지정하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면서 안보 문제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임 직전 ‘쓸모없다’고 했던 나토에 대해서도 “나토가 더는 쓸모없지 않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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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제·안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데 대해서는 백악관 입성 후 ‘현실정치’에 맞게 정책노선을 수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반(反)이민 행정명령이나 건강보험 법안인 ‘오바마케어’ 폐지 등 주요 공약 실행이 잇따라 좌절되자 무리한 정책을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트럼프 정권 인사들이 깨달았다는 분석이다. 사업가 출신답게 정책 추진의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실’이 크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궤도를 수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일관성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표변하는 듯안 트럼프의 정책이행 스타일은 시장과 주변국을 극도로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돕지 않으면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며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설을 부추겼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홀로 간다는 것은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독자 행동’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입장 변화 역시 시장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옐런 의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편다며 중앙은행 총재가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강력히 비난했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솔직히 털어놓으면, 나는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며 옐런 의장의 재임명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달러 강세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며 대놓고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발언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신인도가 높은 옐런 의장의 연임 가능성에 기대를 보이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연준 흔들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과 함께 지난 대선 기간에 비판한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치켜세웠다. 그는 미국 수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 덕분에 “중소기업이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것으로 판명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시리아 공습 이후 급격히 악화된 러시아와 관계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설을 의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일시적으로 등을 돌렸다는 관측도 있지만 국제정세가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형국으로 쏠려 트럼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탈피가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대표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이날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반대 소송이 처음 제기돼 제동이 걸릴 수 있는 형편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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