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택시기사 유니폼



눈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눌러쓴 모자, ‘쫄티’, 민소매 셔츠, 트레이닝복, 반바지, 맨발, 슬리퍼, 미풍양속을 해치는 문구가 쓰인 옷. 서울시 택시기사들에게 금지된 옷차림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는 ‘자율복장제’를 도입하면서 이런 옷차림은 하지 말도록 했다. 금지 복장만 아니라면 회사나 개인의 재량에 따라 옷을 입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자율을 방임으로 착각한 운전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하지 말라면 그걸 꼭 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 맨발에 슬리퍼, 푹 눌러쓴 모자에 트레이닝복 차림의 택시기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서울 시내를 질주했다. 건장한 남성이라도 이 같은 복장의 기사를, 그것도 늦은 밤에 마주치면 택시 타기가 머뭇거려진다. 남자가 이럴진대 여성들은 더 불안했을 것이다.


불쾌·불안하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서울시가 지난해 7월 단속에 나섰지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과태료 10만원 등 제재를 해도 효과는 잠깐뿐이었다. 예전에 선도부들이 교문 앞에서 복장 불량 학생을 잡던 장면이 떠오른다. 단속할 때는 잠잠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그런 모양새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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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의 차림새는 수년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승객·기사 모두 불만이니 지자체로서는 여간 딜레마가 아닌 것 같다. 서울시의 지그재그 복장사(史)를 보면 해법이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서울시는 품위 유지를 명분으로 정해진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지정복장제’를 실시했다. 윗도리의 경우 법인택시는 파란색 또는 하늘색 줄무늬 셔츠, 개인택시는 남청색이나 주황색 줄무늬 셔츠로 지정했다. 하지만 규정이 너무 지나치다는 기사들의 민원이 거세지자 2년 뒤 편한 복장으로 유턴했다.

그 후 6년 만인 7월부터 다시 제복으로 바뀐다는 소식이다. 이달 중 관련 조례가 서울시 의회를 통과하면 하반기 이후 법인택시 기사부터 유니폼을 입게 될 모양이다. 디자인은 기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승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세련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상의 2벌 지원 등에 수십억 원의 시 예산까지 들어간다니 이번에는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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