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극단적이던 공약에서 점점 현실로 유턴하고 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백악관 내 권력 지형 변화, 지지율 추락 만회를 위한 시도 등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여러 주요 현안에 대해 대선 운동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또 그는 ‘브로맨스’를 과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시리아 공습을 기점으로 사이가 멀어졌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고 치켜세웠다.
미 언론들은 그의 공약이 비현실적이고 무지에서 비롯한 즉흥적인 주장이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포함해 그에게 제대로 조언할 사람이 많다. 취임 후에도 한동안 ‘선거운동 모드’를 유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다양한 보좌관의 말을 듣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전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현실 정치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10분간 듣고서 생각과 달리 북핵 문제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 잇따른 정책 유턴이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노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덜 독단적이고 더 실용적인 접근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놀라운 재창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낮은 지지율과 연관시키며, 지지율 반등을 위해 ‘오른팔’이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내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에 그의 열혈 지지자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지지자 30여 명을 인터뷰해 이들이 ‘트럼프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닮지 않았다고 느끼며, ‘미국 우선주의’ 공약은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