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신항역 컨테이너 야드. 50톤을 들어 올리는 육중한 리치 스태커가 40피트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컨테이너 위에 2층으로 쌓는다. 그러자 화차가 미끄러지듯 플랫폼을 빠져나간다. 화차는 부산 신항역 입구에 있는 녹산 터널을 여유 있게 통과한다.
화차에 컨테이너를 2층으로 실어서 운송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물류 효율을 60%이상 끌어올릴 수 있어 획기적인 물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코레일, CJ대한통운과 공동으로 물류업계, 철도차량 및 부품 제작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량 이단 적재 화차 기술’을 공개했다. 이단 적재 화차는 컨테이너를 2층으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열차다.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는 이단 적재 화차가 상용화 돼 있다. 국내에서도 철도 화물 운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이단 적재 화차 도입이 계속 논의됐다. 하지만 높이가 올라가고 중량이 커지는 이단 적재 화차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터널, 전차선, 선로 등 철도시설물 개량이 필요했다. 철도연이 CJ대한통운, 성신RST와 공동 개발한 이단 적재 화차는 기존 철도시설물을 개량하는 대신 화물열차의 차체와 컨테이너의 높이를 낮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이단 적재 화차는 차체의 높이를 종전보다 41.6㎝ 낮은 70㎝로 제작했다. 또 일반 컨테이너(높이 2.59미터)보다 낮은 컨테이너(높이 1,98미터)를 사용했다. 때문에 컨테이너를 2층으로 적재하더라도 높이가 4.4 미터에 불과하다. 일제 시대에 건설돼 가장 높이가 낮은 물금 터널(높이 4.7 미터)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키 작은 컨테이너는 문이 옆에 달려 있다. 앞 뒤에서 지게차가 물건을 싣던 방식과는 달리 옆에서 싣도록 해서 작업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핵심 기술은 바퀴축이다. 이단 적재 화차는 증가 된 화물 무게를 견뎌야 한다. 때문에 대차에 바퀴축을 하나 더해 3개의 바퀴 축 기술을 적용했다. 또 자체가 26미터로 종전 보다 12미터 길어진 만큼 원활하게 조향을 하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차체가 길어지고 무게중심이 높아졌지만, 주행 안정성은 오히려 종전 화차보다 개선됐다.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는 TEU로 1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를 말하는데, 기존 화차는 2 TEU를 싣지만, 개발된 고용량 이단적재 화차는 화차 1량 당 6 TEU까지 수송할 수 있다.
1편성 당 이단 적재 화차 20량 운행 가능하며, 총 120 TEU를 운송할 수 있다. 1편성 당 화차 30량에 60 TEU의 물동량을 운송하는 기존 화물열차보다 최대 100% 이상 수송효율을 높일 수 있어 철도 물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컨테이너 수송 분담률은 도로가 92.4%, 철도가 5.7%, 연안해운 1.8%를 각각 차지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인해 도로의 수송 분담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입 컨테이너 물량은 물론이고 내수 물량까지 철도 수송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이단 적재 화차는 키 작은 큐브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컨테이너를 함께 적재할 수 있다. 철도 운임 10% 할인 기준으로, 2025년까지 도로로 수송되는 컨테이너 화물 중 80만 톤이 철도로 전환돼 연간 약 404억 원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개발을 총괄한 철도연 김남포 박사는 “이단 적재 화차의 신뢰성 검증을 위한 시험 운행을 올해까지 완료하고, 이단 적재 화차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정태영 부사장은 “수송량을 획기적으로 향상하여 철도 수송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문병도기자 d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