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희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김효경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 이혜은 숙명여대 교수와 함께 지난해 5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필사본장서부에 보관돼 있는 한국 고문헌을 최초로 실물 전수 조사해 134종, 306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가장 이른 시기의 책은 선종의 제6대조인 혜능(慧能)이 설법한 내용을 담은 ‘육조대사법보단경’이다. 가로 15.1㎝에 세로 22.6㎝ 크기로, 고려 후기 문신인 이금강이 시주해 경술년에 제작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한 연구사는 “시주자 이금강의 이름 앞에 ‘도순문사광록대부지문하성사’라는 작위가 있다”며 “이금강이 1365년 전라도도순문사로 임명됐으므로 경술년은 1370년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능엄경’ 10권, 5책은 1401년에 새긴 목판을 활용해 1456년 찍은 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1401년 판본이 있으나, 첫 번째 권의 서문과 권수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15세기에 나온 ‘능엄경’은 낱권도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본은 학술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8세기 고지도인 ‘관서전도’(關西全圖)와 ‘영연도’(嶺沿圖)도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됐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한국 고문헌은 대부분 1887년 초대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로 부임했던 콜랭 드 플랭시가 수집한 것이며 도서관은 1911년 경매를 통해 이들을 구입했다. 한 연구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한국 고문헌 연구는 그동안 직지와 조선왕조의궤를 중심으로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서지학, 지리학, 미술사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세부적인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성과는 한국서지학회의 학술지 ‘서지학연구’ 제69집에 논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