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금동신발 안 파리 번데기 껍질…1,500년전 '빈장' 문화의 증거

나주 정촌고분에서 발견된 1,500년 전 백제 금동신발 안쪽에서 찾아낸 파리 번데기 껍질 /사진제공=문화재청나주 정촌고분에서 발견된 1,500년 전 백제 금동신발 안쪽에서 찾아낸 파리 번데기 껍질 /사진제공=문화재청


1,500년 전 땅에 묻힌 백제계 금동신발 안에서 파리 번데기 껍질이 발견됐다. 파리 번데기 껍질이 고대 인골이나 매장 유물에서 나온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나주 정촌고분 1호 돌방(석실)에서 지난 2014년 12월 발견된 1,500년 전 금동신발 내부의 흙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뒤꿈치 뼛조각과 함께 파리 번데기 껍질 10여 개를 찾아냈다고 문화재청이 17일 밝혔다. 이는 장례를 치를 때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외부에서 일정 기간 의식을 치른 뒤 매장하는 ‘빈장(殯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목된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파리 번데기 껍질을 근거로 시체에 있는 곤충을 통해 매장자의 사망 시간 등을 알아내는 법의곤충학적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소는 정촌고분 1호 돌방처럼 빛을 차단한 뒤 평균온도 16도, 습도 90%의 환경을 만들어 파리의 생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알이나 구더기는 성충이 되지 않고 번데기 상태일 때만 성충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오동선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시신은 바로 묻지 않으면 몇 시간 만에 파리가 모여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파리 번데기 껍질은 빈장을 뒷받침하는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사는 “시신이 매장되기 전에 이미 파리 번데기가 금동신발에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며 “파리가 알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6.5일 동안은 시신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파리의 종은 지금도 나주 정촌고분 주변에 서식하는 ‘검정뺨금파리’로 추정됐다. 이를 통해 고분의 매장자가 5월에서 11월 사이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연구소는 앞으로 파리 번데기 껍질과 함께 출토된 고(古) 인골을 분석해 무덤 주인공의 사망 원인과 연령, 식습관, 신체 크기 등을 밝혀낼 예정이다.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