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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똑똑한 사람들의 투자 실패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50 연구소장





‘인지심리학’은 지난 1956년 9월11일 매사추세츠공과대 심포지엄에서 허버트 사이먼과 앨런 뉴웰이 발표한 ‘일반문제 해결법’이라는 논문에 처음 나온 말이다. 그때까지 인간 사고의 주류는 ‘인간은 자극이 있으면 반응한다는 자극-반응계’라는 견해였다. 하지만 이날을 계기로 ‘인간은 자극에 대해 정보처리를 하는 자극-정보처리 부류’라고 생각하게 됐다. 인지혁명은 진화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투자를 생각해 보자. 스스로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 똑똑해서 정보가 많을수록 예측이 정확할까. 대부분 정보가 많아지면 지식도 늘어나 의사결정의 정확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정보가 많은 똑똑한 사람일수록 투자의 성과가 높아야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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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이와 정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똑똑한 사람들이 증권시장 참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명확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기업 이익 증가가 지표로 확인되고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시장 참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긍정적 정보가 많아질수록 이미 시장은 많이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할수록 보다 많은 정보로 자기 확신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시장은 더 많이 올라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증권시장이 바닥을 형성할 때는 불확실성이 가장 크고 이런 환경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똑똑한 자존심’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투자에서도 자신감이 넘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스스로 많이 알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이를 ‘자기 과신(overconfidence)’이라 한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식이 의사 결정의 정확성을 높여줄 거라고 여기는 ‘지식 착각’과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면 결과에 영향을 미쳐 결국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통제력 착각’이 자기 과신의 요인이 된다. 자기 과신에 빠지면 매사를 ‘승패’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증권시장만큼은 자기 과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는 시장의 심리와 불확실성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증권시장에서 똑똑한 자존심과 자기 과신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여전히 시장을 분석할 정보의 양은 부족하고,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50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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