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선임기자 진단] 美·中 新밀월 시대 오나

대북정책 놓고 '북핵-무역' 빅딜 관측

한미훈련 동결 '당근'...北 압박 가능성

美 군사적 압박 높이고

실제적 협상은 中 담당

핵동결 1차목표 달성땐

핵폐기-평화협정 추진

1815A03 미중대북목표 수정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점과 함께 중국의 역할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의지표명과 역할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기자들에게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 ‘엄청난 지렛대(extraordinary levers)’를 활용하기를 바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도 전했다. 미국의 한반도 무력 전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북한 문제를 놓고 ‘신밀월’ 관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 핵 대응을 둘러싸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일차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동결이라는 목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실제적인 협상은 중국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실제 외신에서는 북중 비밀협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한국시간) 미 ABC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가 정점에 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조치를 취할 커다란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최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특히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 지도부에도 의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중국 역시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을 돌려보내는가 하면 국적기 운항 중지나 북한 여행상품 판매 금지 등으로 대북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함경도 신포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것과 관련해 “현재 한반도 정세는 고도로 복잡하고 민감하고 고도로 위험하다”며 “우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유관 각국이 서로 자극하고 불 위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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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중 양국이 우호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나 무역 등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이른바 ‘빅딜’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5일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김흥규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해법을 긴하게 설명하고 이에 미국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이 중국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준 것이고 이후 나온 북핵 관련 미 고위층들의 발언을 보면 대부분 기존 중국의 언어”라고 덧붙였다.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한 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이나 ‘무력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이 다 기존 중국 측 용어라는 설명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철회 등 경제·무역 부문에서의 양보를 기반으로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보다 강력한 역할을 주문했고 이에 중국이 해법을 제시하면서 미국이 그 실행 과정을 지켜보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인근 무력전개와 중국의 정치·경제적 압박이 일차적인 ‘채찍’ 수단이다. 당근으로는 한미 군사훈련 동결을 우선적으로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4월 말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한미 군사훈련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만일 이 같은 1차 목표가 달성되면 중국은 향후 북한 핵 폐기와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자신들이 주장해온 목표들로 나아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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