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투명한 우주선 모양의 시설이 보인다. 시민들을 위한 예술작품은 아니다. 매립가스(LFG·Land Fill Gas)를 포집하는 기계다. 이 시설은 지하에 매립된 쓰레기가 배출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같은 가스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메탄을 포집해 농도를 36% 이상으로 올려 불을 지피고 이를 활용해 보일러를 돌려 열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시설은 지난 2001년 말 한국지역난방공사 서울중앙지사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설치됐다. 지역난방공사는 이 시설을 활용해 생산한 냉·난방 에너지를 서울 서초 반포지구, 용산 이촌동, 영등포, 여의도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독성의 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LFG를 통한 발전 방식은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지구온난화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온실가스를 줄이면 덤으로 국내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도 발급받는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렇게 모은 36만톤의 탄소배출권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해외에도 수출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역난방공사는 터키에서 LFG 자원화 사업을 수행해 외화벌이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기술을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 수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난초와 지초가 풍요로워 이름 붙여진 난지도는 과거 엄청난 쓰레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죽음의 땅’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환경 재생의 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9,200만톤의 쓰레기가 매립돼 각종 악취와 침출수 등이 나와 시민들에게 기피 대상 1호였던 지역이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만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발전소가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