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선주자들은 한미FTA문제 당당히 맞설 자신있나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선(reform)’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다음 순방국인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한미 FTA 이후 5년간 미국의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1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2017년 무역정책 의제에서 무역 적자를 거론하면서 ‘한미 FTA 재검토’를 적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펜스 부통령이 육성으로 직접 메시지를 던진 것은 무게감이 여느 때와 다르다.


펜스의 발언은 한미 FTA의 수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메시지 전달 대상도 현재의 과도정부라기보다는 차기 정부에 있음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펜스 부통령의 ‘개선’ 발언을 두고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의 칼끝을 피한 것이 아니냐는 낙관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이든 개선이든 한미 FTA를 어떤 형태로든 손질할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협정 수정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장접근 확대를 요구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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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미 FTA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상호 호혜 원칙에 의거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펜스의 말마따나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대미 무역 흑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같은 서비스수지 적자는 같은 기간 연평균 10%씩 증가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FDI)는 FTA 발효 전에 비해 60% 급증해 미국인 일자리를 1만개 이상 늘렸다는 분석도 있다. 한미 FTA 문제는 차기 정부의 중요한 대외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대선 레이스에는 뒷전에 밀려난 형국이다. 대권주자들도 원론적 입장만 밝힌 채 난제를 외면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분명한 원칙과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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