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담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슬며시 삭제했다가 들통이 났다.
19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정부 내 집단인 ‘재해교훈의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가 과거 작성한 보고서를 최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이 보고서는 17세기 에도시대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재해를 소개하고 교훈을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2003~2010년 작성됐다.
내각부가 보고서를 삭제한 것은 보고서 2편에 있는 ‘살상사건의 발생’ 부분에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간토대지진의 사망·행방불명자는 10만5,000명 이상이며 이 중 1%에서 수%가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예가 많았다. 대상이 됐던 것은 조선인이 가장 많았다. 중국인, 내지인(자국인)도 수는 적었지만 살해됐다”고 적혀 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東京) 등 간토지방에서 규모 7.9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됐으며 자경단, 경찰, 군인이 재일 조선인 등 6,000명을 학살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은 당시 상황을 부정하려 애쓰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당시 학살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의 많다.
한편, 일본 내각부는 보고서를 삭제한 것에 대해 “‘왜 이런 내용이 실려있는가’라는 비판이 (국민들로부터) 많이 제기됐다”며 “게재 후 7년이나 지나기도 해 담당 부서 판단으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보고서를 보기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이메일로 보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