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부경찰서는 결혼을 미끼로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이모(47·여)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인터넷 음악방송 채팅방에서 이씨를 알게 됐고 이후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다. 이씨는 배가 조금 나온 체형으로 구레나룻을 기르고 남성용 점퍼와 바지를 입는 등 전형적인 40대 후반 남성의 모습이었다. 만난 지 3개월이 지나자 이씨는 “결혼하고 살자, 같이 살 집을 마련해 뒀다”고 말하며 A씨와 결혼을 약속한 뒤 “자동차 담보대출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며 돈을 요구했다. 결혼을 하기로 한 A씨는 자신의 전세금까지 대출받아 3,000만원 가량을 이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돈을 챙긴 이씨는 연락을 피했고, 휴대전화번호까지 바꿔버렸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쉽게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유는 이씨가 과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해 사기행각을 벌이다 2년여간 교도소에 갇힌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2012년 출소 직후부터 비슷한 사건으로 지명수배돼 5년간 도피생활을 했고, 도피 중에도 여러 건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여성 3명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7,000여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를 당한 A씨는 이씨가 체포된 이후에도 여성이라는 점을 쉽게 믿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리도 처음엔 남자로 생각할 정도였다”며 “이씨 스스로 자신을 남자로 믿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