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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다시본다]삼성전자 1대 주주지만…국민연금 의결권 ‘한계’

주주제안·사외이사 선임 못해

배당 수익률 등 더 높이려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나서야

삼성전자에서 국민연금은 지분 9.03%를 보유한 1대 주주다. 그러나 지분 3.54%에 불과한 이건희 회장보다 주주권을 훨씬 제약받는다. 이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간섭을 막는 장치지만, 배당금을 받기 위한 정당한 권리조차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 회사채 채무재조정으로 1,944억 원의 회사채는 주당 4만 350원의 주식으로 전환된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가 17.5%의 지분을 획득하며 산업은행(56%)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법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신 배당이익을 높이기 위해 찬반을 표하는 소극적인 권한인 의결권만 가능하다. 주주로서 주주총회 전 자료를 요구하는 주주 질문도 하지 못한다. 결국 국민연금처럼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주주 역할을 떠맡긴 꼴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허용된 의결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 기업구조지배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0.45%에서 4.16%로 증가했을 뿐이다.


반대의결권이 배당금 증가로 직결되지도 않았다.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을 때 평균 배당금 증가는 25억 6,500만 원에 불과하다. 5년간 63건의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이 중 배당을 늘린 경우는 14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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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국민연금이 일부 대기업의 사외이사 연임이나 겸임이 지나치다며 반대하자 기업들이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다 보니 정부 차원의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정부나 정치권 등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을 전제로,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의 배당을 최소화해 투자를 독려했고, 국민연금도 암묵적으로 이 같은 정책에 동조했다. 그러나 기업 투자가 실종된 지금은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시세차익보다 배당이익을 좇아야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진다는 논리다.

이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연임할 경우 징벌을 위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면서 “그 결과 국민연금의 배당수익은 글로벌 연기금 중 최하위로 앞으로 최소한 평균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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