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속내를 드러내곤 한다는 점에서 환구시보의 이 같은 관측은 중국 지도부의 대북 대응책 수위 변화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 격인 사평에서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 수위를 높여 미국이 관련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할 경우 중국은 군사적 개입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북핵시설 타격에 대해 외교적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북중 우호조약상 중국의 ‘자동군사개입’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전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부 군사적 개입을 용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 주장은 지금까지 북한에 가한 중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이다.
환구시보는 이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사평을 통해 원유 중단을 대북 압박 수단으로 거론했지만 이번에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명확히 기준을 제시했다.
다만 환구시보는 무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은 수용할 수 없다며 미국의 전면적 군사 개입에 따른 북한 정권 붕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이 같은 메시지가 미국의 대북 압박 요구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호주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며칠 내 핵추진항모 칼빈슨함이 동해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일은 이번주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 및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점쳐지는 25일(북한군 창건기념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고 28일(현지시간)에는 뉴욕에서 3국 외교장관이 회담할 계획이다. 이밖에 26일 미 백악관은 상원에 최근 리뷰를 마친 새로운 대북 정책을 비공개 브리핑할 방침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