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인 하모(15)군은 지난 주말 특별한 과외를 받았다. 엄마에게 말할 수 없는 과외라 강의료도 자신의 용돈으로 지불했다. 선생님은 인터넷 검색으로 직접 구했다. 1시간 동안 하군이 받은 과외 과목은 청소년들에게 인기 많은 게임 가운데 하나인 ‘롤(리그오브레전드)’이다. 얼굴 모르는 ‘게임 고수’ 선생님과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게임하면서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롤 2년차’인 하군은 “친구들과 게임할 때마다 플레이를 잘못하면 친구들이 ‘손 장애냐’나 ‘눈 어디 달렸냐’며 무시해 과외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 ‘게임 과외’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가상세계 신분이 현실 세계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어울리는 장소가 PC방이다 보니 게임을 잘하지 못하면 주눅이 들고 학교에서 놀림을 받기도 한다. ‘롤 7년차’라고 밝힌 고교 2학년 김동근(17)군은 “롤을 못하면 티어(레벨)가 높은 친구로부터 ‘승리의 스킨(레벨이 높은 유저에게 주어지는 보상) 없는 애들은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장난이라도 계속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김군은 무시당하기 싫어 게임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게임을 배웠다. 이제는 실력을 갖춰 방학 때마다 게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게임 과외 사이트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롤 과외’라고 검색하면 등록된 파워링크 사이트만도 17곳이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오버워치’를 과외수업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게임과몰입 종합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절반 이상(54.6%)이 롤과 오버워치가 포함된 장르의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인기 있는 게임 과외사이트는 한 달에 200건을 웃도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용자 가운데 학생 비중이 가장 높은데 주로 문화상품권으로 결제하거나 가끔 학부모가 대신 결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생들은 돈을 지불하고 아예 업체에 아이디를 맡기기도 한다. 아이디를 넘겨받은 강사는 학생이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대신 해준다.
과외 서비스 이용 가격은 강의 내용과 학생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간당 5,000원부터 2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1대1 맞춤형 강의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 몇 번만 받아도 수십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고교 2년생인 박주현(17)군은 “게임을 잘하고 싶은 친구들이 1만~5만원까지 용돈으로 과외를 받다가 10만~20만원이 넘어가면 아르바이트까지 한다”고 전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게임 과외를 받으려다 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기범들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게임을 가르쳐 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속인 뒤 온라인 채팅에서 문화상품권의 핀 넘버만 넘겨받고는 잠적한다. 박군은 “사기 금액이 소액인데다 잡기도 어려워 사기당한 친구들이 그냥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