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이노 영업익 1조 비결은]고부가제품에 투자 승부수...사업재편 선견지명 있었다

업황 안좋았던 3~4년전부터

화학·윤활유사업 집중 투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창사 이래 세 번째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1위 정유사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화학과 윤활유사업 투자에 집중하면서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올해 1·4분기 매출액은 11조3,871억원, 영업이익은 1조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각각 20%, 19% 증가한 것으로, 특히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SK이노베이션 창사 이후 세 번째다. 애초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을 9,000억원대로 내다봤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정제 마진이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손실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였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원유 정제능력이 지난 2015년 기준 121만5,000BPSD(BPSD는 연간 정제량을 가동일수로 나눈 것)로 국내 1위의 정유사다. 국내 4대 정유사가 한 해 동안 정제하는 원유의 40% 정도를 SK이노베이션이 맡고 있다. 하지만 올해 어닝서프라이즈는 전통적인 석유사업이 아닌 석유화학사업과 윤활유사업 등 비(非)정유사업 부문에 힘입은 바가 컸다. 실제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은 4,539억원이었지만 화학과 윤활유사업 부문에서 5,496억원의 이익을 거둬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보다는 에틸렌이나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제품과 윤활유의 이익이 훨씬 크고 영업이익률도 높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영업이익률도 19.49%로 석유사업(5.63%)의 4배에 가까우며 윤활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3.02%로 이보다 2배 이상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인데다 환율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반면 석유화학제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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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3~4년 전부터 석유화학과 윤활유사업 투자를 늘리면서 기존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실제 국내 파라자일렌 생산 1위 기업이기도 한 SK이노베이션은 원유 가격이 급등해 석유화학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1년 이후에도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왔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위험한 투자 결정이었지만 SK인천석유화학(130만톤)과 울산아로마틱스(50만톤), SK종합화학(80만톤) 등이 설비를 늘리며 총 260만톤 규모의 증설을 완료했다. 이런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의 선제적 투자가 올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 초 파라자일렌 시황이 개선되고 파라자일렌을 생산할 때 동시에 생산되는 벤젠 가격이 급등한 게 실적 개선의 신호탄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비정유사업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인수했던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 부문이 오는 8월 딜클로징(인수완료)된 후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 건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설비투자를 1조~3조원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 중 상당 부분이 비정유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본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지속된다고 전제하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연간 2조~3조원 수준의 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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