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5년 허영인(사진) SPC그룹 회장은 서울대 안에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수천 년 동안 우리 땅에 산 신토불이 천연 효모를 찾아보자”라고 천명했다. 전 세계 모든 제빵업체가 사용하는 이스트 등 외산 효모를 써도 빵을 만드는 데 충분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SPC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독자 원천기술은 필수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160억원을 들여 1만 종 이상의 토종 미생물자원을 분석하는 토종 효모 발굴 프로젝트는 무려 11년이 걸렸다. 중간중간 “천연 효모빵은 맛없다”, “왜 굳이 돈을 들여 국산을 만드냐”는 푸념도 나왔지만 허 회장은 참고 기다리고, 또 집중했다. 지난해 4월 탄생한 SPC그룹의 천연효모빵의 뒷이야기다.
SPC그룹의 천연 효모빵은 데뷔 후 1년간 1억2,000만 개가 팔리는 ‘대박’ 실적을 달성, 허 회장의 뚝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SPC그룹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토종 천연효모(SPC-SNU 70-1)는 술 발효제·곡류에 곰팡이를 번식시킨 전통누룩에서 발견한 천연효모로 국내 최초로 제빵 사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베이커리 트렌드까지 뒤흔들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 1년간 파리바게뜨 57종, SPC삼립 45종 등 총 167종의 천연효모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량 1억 2,000만개, 누적 매출 2,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에 상륙한 ‘쉐이크쉑’ 버거 번에도 이 천연효모를 적용했다. 쉐이크쉑 강남점은 전 세계 쉐이크쉑 매장 중 매출이 가장 높을 정도로 인기다. SPC의 천연효모빵은 해외에도 진출했는데 중국에서는 190여 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천연효모 식빵·바게트 등 16종이 100만 개 이상이 판매되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우리 전통 누룩에서 찾아낸 토종 천연효모로 독창적인 빵 맛을 구현해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며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로 천연효모의 기능 향상과 천연효모 적용 제품 확대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