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반성하고 새 삶을 살아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47> 최악의 리더 되지 않으려면

여론 휘둘리면 포퓰리즘 못면하고

외부의견 귀 막으면 독재자 군림

탐욕 버리고 실수 반면교사 삼아

목적에 집중, 더 나은 길 모색을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이 세상에 완벽한 리더는 없다. 있다고 해도 선출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최악의 리더가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한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장에 당나귀를 팔러 간다. 자신이 당나귀에 올라타고 아들은 고삐를 잡고 가니 사람들이 아동 학대라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들을 태우고 자신이 고삐를 쥐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노인 푸대접이라고 수군댄다. 둘 다 올라타고 가니 이번에는 동물 학대라고 비아냥거린다. 둘 다 걸어가자 사람들이 저렇게 당나귀를 귀하게 여기려면 차라리 둘러메고 가라고 조언한다. 자 이제 이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 정말로 둘이 당나귀를 둘러메고 간다. 그러다가 다리 위에서 강물에 빠뜨리고 만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 아버지는 어떤 리더인가. 이 아버지의 문제점은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여론을 봐가면서 정치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리더가 지녀야 할 기본 덕목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야 할 목적이 분명하다면 여론은 그저 참고로 할 뿐이다. 이 당나귀 우화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의 포퓰리즘이 생각난다. 대표적으로 대학 입시정책을 조령모개식으로 바꿔온 것을 보라. 더군다나 이 아버지는 자신의 정책을 변경하면서 아들과 단 한 번도 상의하지 않는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자신의 참모와 상의 한 마디 없이 외부 의견에만 좌지우지되는 리더는 최악이다.


탁월한 패션 감각을 가진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아니 사실은 본인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1시간 간격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자신은 지금 자국의 패션 산업을 육성하는 중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웃 나라 사기꾼들이 단체로 입국한다. 그러고는 특수 원단으로 만든 옷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단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조건을 단다. 자신의 눈에는 원단이 보이지 않지만 부도덕하고 무능력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잘 보인다고 거짓말한다. 신하들도 마찬가지로 눈에 잘 보인단다. 리더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만 하면 그것이 바로 간신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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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가장 중요하고 거대한 퍼레이드가 벌어지자 바로 그 ‘옷’을 입고 나간다. 그 후 길에서 벌어진 일은 여러분이 다 아는 그대로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제 다른 어른들도 다 낄낄대고 웃기 시작한다. 자, 임금님은 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안데르센 동화를 끝까지 다 읽어보면 임금님은 예정된 길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 걸어간 것으로 돼 있다. 이 임금은 증세 없이도 복지를 증진할 수 있다는 혹세무민 정책을 내놓는 지도자랑 똑같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이 다 이를 비웃어도 자신만 모르고 끝까지 걸어가는 나쁜 독재자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정말 최악의 리더다.

옛날에 아주 탐욕스러운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하루는 신에게 간청한다. “만지는 것마다 다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세요.” 신은 임금이 간청을 하기에 소원을 들어준다. 그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안 들어봐도 뻔하지 않은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돌을 만졌더니 통째로 황금이 된다. 포도나무는 만졌더니 정말 최고의 황금 조각이 된다. 하루 종일 밖에서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기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집에 돌아온다.

집에 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는 데 그것조차 황금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사랑하는 딸을 보고 포옹하는 순간 딸도 황금 조각상이 되고 만다. 바로 워크 라이프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진 리더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가. 밖에서는 황금제조기지만 집에서는 사랑하는 자식과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불쌍한 리더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 미다스 왕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미다스는 신이 말해준 대로 강가에 가 손을 씻는다. 그랬더니 황금 제조 능력이 리셋된다. 대신 강가 모래언덕 전체가 황금으로 변한다. 탐욕을 반성하고 새 삶을 살기로 한 미다스는 최악의 리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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