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공식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이 오는 7월 출범한다. 미국 ‘우버’가 설립 후 6년 동안 사모 자본 시장에서 1조1,000억원을 조달했던 것처럼 덩치 큰 기관투자가들이 비상장주 투자를 유도해 국내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공식 장외주식 플랫폼인 ‘K-OTC’에도 온기가 전해질지 기대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관련 세미나 개최에 이어 7월 ‘프로-OTC’가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프로-OTC는 증권사·연기금·자산운용사·벤처캐피털·은행·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현재는 기관투자가들이 비상장사에 투자하려면 일일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어 분석하고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프로-OTC는 주요 비상장주의 기업 평가·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또 주식매매에 필요한 법무 서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전에 없던 인프라가 새로 생기는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추구하지 말라”며 프로-OTC의 플랫폼 확장을 통한 시장 안착을 최우선 목표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3년가량은 기관투자가 회원들의 회비나 거래수수료 등을 면제하고 기업 평가(가격) 정보, 법률 지원 서비스 등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금투협은 올해 100~200개 기관투자가를 회원으로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프로-OTC는 그동안 정책 지원금에 의존해온 벤처기업·스타트업들이 민간 투자자금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한재영 금투협 K-OTC부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벤처기업·혁신기업들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OTC가 개인투자자들의 안전한 장외주식 투자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금투협은 지난 2014년 8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공식 장외주식 거래소인 K-OTC를 출범했지만 K-OTC를 통한 거래 규모는 전체 장외주식 시장의 약 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38커뮤니케이션’ 등의 사설 장외주식 사이트에서는 개인 간의 거래를 통해 세금 없이 주식매매가 가능하지만 K-OTC에서는 증권거래세(0.3%) 외에 양도소득세(10%)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이 프로-OTC에 참여하면서 장외주식 투자 상품을 보다 다양하게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근본적으로 K-OTC도 코스피·코스닥 시장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물론 사설 사이트를 통한 제2의 ‘청담동 주식 부자’ 사태를 방지하자는 목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