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고등어 보조금

만파


고등어는 등이 높다고 붙여진 회유성 난대 어류다. 이른 봄 제주해역으로 몰려와 수온이 상승하면 서해와 동해로 이동하고 겨울철에는 남하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칼 모양 같다 해서 ‘고도어(高刀漁)’로 불렀고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은 파란 무늬를 보고 ‘벽문어(碧紋漁)’로 적었다. 옛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고등어는 누가 뭐래도 국민 생선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등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바다 생선 중 으뜸이다. 저렴한 가격에 식감도 좋고 영양 성분도 풍부하니 서민 밥상에 빠지지 않는다.


국민 생선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대중가요와 시와 소설에도 곧잘 등장한다. 공지영의 장편 소설 ‘고등어’에서 이 등 푸른 생선은 과거와 현재를 투영하는 매개물이다. 소금에 절여져 좌판에 드러누운 고등어가 현재라면 푸른 바다를 헤엄친 자유와 이상, 뜨거운 신념은 과거다. 그러나 왜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는 작가의 질문은 열정이 사라진 영혼에 대한 자괴심과 회한의 역설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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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고등어를 그물코에 걸어 밥상에 올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중국의 남획 탓도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고등어 회유 해역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바다의 어획량이 줄었다. 1998년 45만 톤에 달했던 어획량은 지난해 13만 톤으로 뚝 떨어졌다. 이 틈을 타 몇 년 전부터 값싼 수입산 고등어가 대형마트 좌판에 배를 깔고 드러누웠다. 지난해 수입물량 4만여 톤 가운데 열에 아홉은 노르웨이산이다. 해양수산부가 그제 고등어와 복어 등 10개 수산물에 대해 보조금 지급 공고를 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피해보전금이다. 이러다가 고등어마저 추억의 국민 생선 명태 꼴 나지 않을까 슬며시 겁이 난다. 명태는 2008년부터 어획량 제로다. 우리 바다에서 씨가 말랐으니 수입산이 아무리 식탁을 점령해도 보조금 받을 처지조차 못 된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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