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이모씨(72)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유 부동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수년간 원룸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들어 임차인들의 월세 연체나 수리 요구가 너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주거래은행의 자산관리사(PB)에게 고충을 털어놨고, 담당 PB는 이씨에게 서울에 있는 은행 부동산 전문가를 연결해줬다. 이에 이씨는 서울로 올라가 부동산 전문가와 수차례 미팅을 하면서 보유 부동산 자산에 대한 분석을 받았다. 그 결과 이씨는 부산 원룸주택을 팔고 서울 마곡지구에 상가를 구입했다. 비록 실제 거주지와는 먼 곳이지만 상권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지역인데다 관리 걱정도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추가로 필요한 대출 등 추가 업무도 은행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해줬다. 이씨는 자문 수수료를 기꺼운 마음으로 냈고 요즘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크다. 특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커서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상담·자문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부동산센터의 규모와 인력을 키우면서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을 사거나 팔 일이 생기면 중개사무소보다 은행부터 찾아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잇따라 부동산투자 상담 센터의 인력과 거점을 늘리면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역삼역 강남파이낸스센터와 을지로 내외빌딩에 각각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열었다. 예전에는 각 지역 PB센터에서 상담 수요가 생기면 본점에 있는 전문가가 찾아가는 식이었으나 이 센터에선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베이스(DB)와 분석 도구를 갖추고 있어 센터로 고객을 초청한다. 각 센터에는 부동산 전문가 2명과 세무사 1명이 상주하면서 한 자리에서 물건 검색부터 추천, 그리고 현장 답사까지 한달음에 제공한다.
또 관심 지역과 투자 가능 금액 등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면 10페이지가량 상세 상권보고서도 제공한다. 보고서에는 지가변동률과 평당 매매가, 상권 성장률이 높은 구역 및 업종, 상권 내 주거인구의 월 소득과 월 소비, 요일별·시간대별 이용고객 수와 연령대, 업종별 1회 결제금액 등 상권 현황이 A-Z까지 모두 담긴다.
신한은행도 최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대규모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열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동산 상담 팀장 9명을 포함해 12명이 상주하면서 부동산자문부터 감정평가, 세무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또 전문가들이 직접 이론 학습과 현장 방문을 제공하는 ‘부동산자산관리 멘토스쿨’도 운영한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그랑서울의 WM사업단 내에 부동산자문센터와 상속증여센터를 두고 전문 상담이 필요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부동산 매입, 매각은 기본이고 개발과 관리 상담까지도 제공해 고객의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 주고 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역삼역 GS타워에 들어서는 투체어스 강남센터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오픈 예정인 ‘셀럽클럽’에 부동산투자지원센터를 열기 위해 막판 세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전문가와 세무사가 이들 센터에 상주하면서 주요 자산가들의 부동산 자산 운영을 밀착해서 돕게 된다. 특히 우리은행은 최근 부동산 리모델링과 임대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다방면으로 충족시켜주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부동산과 관련된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들의 니즈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전체 자산 중 60~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관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준다고 말하기엔 무색한 형편이다. 또 자문을 통해 매입·매각이 성사된다면 수수료를 받아 비이자이익도 거둘 수 있다. 또 부동산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은행들이 많이 취급하는 부동산 공모·사모펀드 등을 팔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전문센터를 통해 꾸준한 관계를 맺어놓는 게 유리하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은 단순히 사고파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잘 관리하면서 매각 타이밍도 재야 하는 생물 같은 상품”이라며 “이같이 부동산에서 파생되는 여러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은행들이 내부 조직을 갖추거나 외부 업체와 손잡고 다양한 서비스를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