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용(41·브리지스톤)은 아버지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 김양삼씨다. 골프 집안이지만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와 유도 선수로 활약하다 골프 입문은 고3 때 했다. 군 복무를 마친 24살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에 매달려 서른이 다 된 2005년에 프로가 된 그에게 우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2007년부터 정규 투어에서 뛴 지도 11년째가 됐다.
‘늦깎이 골퍼’ 김성용이 113번째 도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었다.
김성용은 30일 전남 무안CC 동코스(파72·7,050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총상금 5억원)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그는 현정협(34·12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은 1억원.
뒤늦게 골프를 시작한 김성용에게 투어의 벽은 높았다. 2007년 처음 정규 투어 무대를 밟았지만 시드를 유지하지 못하고 2008년과 2009년에는 2부 투어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샷을 갈고 닦아 2010년에 정규 투어에 복귀했으나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1년부터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기 시작한 그는 2012년 KPGA 선수권에서 개인 최고 성적인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후 코리안 투어의 대회 수 감소 등 악재 속에도 꾸준히 우승 문을 두드린 그는 마침내 정상에 섰다.
이날 우승도 쉽지 않았다. 현정협에 1타 앞선 선두로 출발한 김성용은 1번홀(파5)부터 보기를 범해 이글을 잡은 현정협에 2타 차 추월을 허용했다. 안정을 되찾은 김성용은 4, 5, 9번홀 버디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지만 11번홀(파3)에서 1타를 잃어 버디를 기록한 현정협에 다시 1위를 내줬다. 14번홀까지 2타 차로 끌려가 승부의 추가 현정협 쪽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김성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격차를 1타로 줄인 김성용은 16번홀(파5)에서 승부를 뒤집는 뚝심을 발휘했다. 3번 페어웨이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하이라이트였다. 피니시 후 몸이 뒤로 밀릴 만큼 모든 것을 실어 회심의 샷을 날렸고 볼은 홀 2.5m에 붙었다. 현정협이 파에 그친 반면 이글 퍼트를 홀에 떨구면서 재차 역전에 성공했다. 18번홀(파4)에서 2.5m 거리의 만만찮은 파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마지막 고비를 넘긴 김성용은 아내, 아들, 딸의 축하를 받았다. 광주 출신인 그는 처가가 있는 무안에서 우승해 기쁨이 더욱 컸다.
김성용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히고 “작년에는 허리 디스크 수술도 받으면서 투어 생활을 그만둘까도 생각했 는데 한 해만 더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은 게 오늘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으로 역시 첫 승에 목마른 현정협은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며 선전했지만 마지막 4개 홀에서 ‘한 방’이 터지지 않아 개인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창원(26)이 3위(8언더파)에 올랐고 시즌 개막전 챔피언 맹동섭은 68위(9오버파)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