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바른정당, 한국당에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성사땐 '文 쏠림' 대선판도 크게 출렁일수도

■보수후보 단일화 급물살

바른정당 소속 의원 14명가량의 집단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가 다시 한번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소속 의원들의 단일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완주 의사를 고집하면서 바른정당이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셈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전격 제안함에 따라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른정당 비(非)유승민계 14명 집단탈당 ‘초읽기’=홍문표 의원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14명은 1일 오후9시40분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집단 탈당 및 향후 진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에는 바른정당의 김재경·홍일표·여상규·홍문표·김성태·박성중·이진복·권성동·이군현·박순자·정운천·김학용·장제원·황영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홍 후보는 회동에서 “여러분이 좀 도와주면 정권을 잡을 자신이 있다. 그러니까 좌파에게 정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여러분이 힘을 합쳐달라”며 “그렇게 하면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후보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 의원 14명이 탈당한 후 자유한국당에 합류해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먼저 자리를 뜬 홍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분들이 이루기로 했던 보수 대혁신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서 “좌파한테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앞서 바른정당의 비(非)유승민계 의원들은 홍 후보와의 회동 전 이날 오후에도 따로 만나 유 후보가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내분을 추스르는 차원에서 “유 후보의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당 차원에서 2위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고 만류했으나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막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가운데) 2위를 하는 후보에 대해 의원들이 지지 선언을 하고 국민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은재 의원은 3자 단일화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자 지난달 28일 탈당을 선언하고 친정인 한국당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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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舊)여권 관계자는 “후보들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3자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이나 다른 당 후보 지지를 고민하는 것은 결국 대선 이후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바른정당…‘洪·劉 단일화’ 최후통첩=이런 가운데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유 후보와 홍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방식의 보수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3명의 공동선대위원장들이 뜻을 모아 보수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상당수 의원과 보수 지지자들의 뜻을 받들어 양 후보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공식 제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이전의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인 양 후보 간 전 국민을 상대로 누가 보수의 대통령 후보로서 적합한 것인가를 묻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3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시내 모처에서 유 후보에게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지만 유 후보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선대위가 유 후보를 향해 “보수진영의 재결집을 위해 백의종군하라”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지만 실망하지 않는다”며 “나 유승민은 여전히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만드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은 언제나 작고 미미하다”며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고 다짐했다.

선대위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김무성계 의원들은 유 후보가 이를 끝내 거부할 경우 2차 탈당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유 후보와 캠프 소수의 인원만 잔류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1월 말 창당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당이 해체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도사퇴 명분이 적고 유 후보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 만큼 당 의원들이 탈당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당 의원들 3~4명은 지난달 중순부터 유 후보에게 단일화 수용을 설득하며 집단탈당 움직임을 예고해왔다. 또 지난달 말에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지지기반인 부산·울산·경남(PK)과 수도권 기초단체 의원들이 탈당해 한국당에 재입당하며 탈당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 국고 보조금이 확 줄어들 뿐 아니라 국회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 현행 국가보조금 지급 규정은 우선 전체 보조금의 50%를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에 균등 배분한 뒤 나머지를 의석수, 총선 득표율 등을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나윤석·류호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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