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선후보와 한배를 탔던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집단탈당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한다며 한국당 ‘유턴’을 선언했다.
오는 9일 대선일을 일주일 남겨놓고 회심의 반전카드를 들이민 모양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으로 대권(大權)이 속절없이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탈당 의원들은 “보수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마키아벨리식 ‘여우의 꾀’가 작동하면서 보수층 결집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탈당 기자회견에 나선 황영철 의원은 고심을 거듭하며 탈당계 제출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층이 선거 막판에 ‘헤쳐모여’를 외치며 홍 후보에게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 초기 볼품없었던 홍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라오자 보수층이 ‘해볼 만하다’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화일보가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18.3%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2.6%)를 오차범위까지 따라붙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를 따돌리며 2위를 기록하는 실버크로스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전직 국회의원 200여명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국당·바른정당 등 범(汎)보수를 막론하고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감정이 상승작용을 하며 보수 대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한 당직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반전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줄곧 4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했던 문 후보와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샤이 보수층’이 장막 뒤에서 당당히 나와 홍 후보에게 결집할 경우 막판 판세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 전개될 수 있어서다. 급기야 적폐세력 청산을 부르짖었던 문 후보가 보수세력과의 협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문 후보는 이날 “선거가 끝나면 한국당도 예외가 아니다. 협치해야 할 대상”이라며 당선되면 야당 당사를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보수층에 손을 내민 것이다. 민주당은 집안 단속에도 열심이다. 우상호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막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문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한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선거가 ‘보혁(保革)구도’로 흘러간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진단에 다름 아니다. 초록동색(草綠同色)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돌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부담이다. 같은 진보 패밀리 안에서 문 후보의 표가 심 후보에게로 조금씩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와인잔에 샴페인을 따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시 코르크 마개를 닫고 있다”고 엄중한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다. 안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층이 홍 후보로 갈아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게 뻔하고 위기의식을 느낀 진보층도 문 후보 쪽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대세론에 차질이 빚어진 문 후보, 이탈표가 나타나는 안 후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홍 후보 등 3인이 물고 물리는 대혈투를 벌이면서 대선 판세가 소용돌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대선판에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가 나타나면서 바야흐로 대선 판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