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낙태 부탁해놓고 의사 돈뜯은 20대 남성 '실형'

법원 "자해공갈단과 다를 바 없어"

여자친구에 낙태 수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의사를 협박해 돈을 뜯고 형사 고발까지 한 20대 남성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 정성민 판사는 낙태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모(22)씨에게 징역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장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별도의 사기 혐의까지 추가됐다. 장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전 여자친구 A씨와 의사 B씨는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법원 등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장씨와 교제하다가 임신 5∼6주차인 것을 알게 됐고 장씨와 상의해 낙태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거주지 인근 산부인과를 찾아가 의사 B(54·여)씨에게 낙태 수술을 부탁했다. B씨는 말렸지만 둘의 부탁이 간절해 결국 수술을 해줬다. 장씨와 A씨는 수술을 받고 세 달 뒤 또다시 임신 5∼6주차 상태에서 같은 병원을 찾아가 낙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장씨는 잦은 말다툼 끝에 지난해 9월 A씨와 헤어졌다. 장씨는 헤어진 데 앙심을 품고 한 달 뒤 A씨와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B씨를 찾아가 “내가 번 돈을 낙태 수술비로 날렸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결국 장씨와 A씨는 낙태 혐의로, B씨는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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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장씨에게는 사기 등의 혐의가 추가됐다. A씨와 교제 중이던 지난해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장씨는 지인 6명에게 부탁, 명의를 빌린 뒤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장씨는 통신 요금을 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지인들은 미납요금 수백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일부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나이 어리고 미혼인 딱한 사정 때문에 B씨가 위법인 줄 알면서도 수술해 줬는데 장씨는 오히려 고발하고 돈까지 뜯어냈다”며 “자신이 의뢰해 낙태하게 해 놓고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 자해공갈단과 다를 바 없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와 B씨에 대해 “A씨는 벌금 300만원에 해당하나 임신과 낙태가 혼자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점, 보복 목적으로 고발당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B씨는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을 받아야 하는데 낙태를 말린 점, 미혼모가 될지도 모르는 어린 A씨를 걱정해 수술한 점 등을 고려해 두 사람에게 선고를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그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재판이 10여 분간 휴정되기도 했다. 장씨는 뇌전증(간질)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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