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뭐 이 XX야?"…우리말 가르친 AI, 욕쟁이 된 사연

주동원 대표 “챗봇·AI 금융 컨설팅, 양대축으로 성장할 것”

주동원 파운트AI 대표.주동원 파운트AI 대표.


“어이”


“뭐 이 XX야?”

“뭐라고?”

“XX하고 있네”

최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한국 영화, 드라마, 인터넷 등을 학습한 인공지능(AI) 챗봇(채팅로봇)이 ‘욕쟁이’로 전락했다. ‘어이’라는 말 자체가 욕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시비조로 말을 걸고 있다는 의도를 파악, 욕으로 맞대응하는 것이다.

챗봇 엔진을 개발한 개발사 파운트AI의 주동원(사진) 대표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은 아닌데, 학습을 많이 시켜 똑똑하게 만들어놨더니 욕을 하기 시작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 챗봇에게는 아직 이름이 없다. 어디에 사용될 지도 몰라서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졌음에도 제대로 활용할 만한 분야가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력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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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표는 이런 능력을 ‘BQ(Business Quotient)’라고 불렀다. 그는 “기술이 다가 아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용할 수 없으면 주목받을 수도 없다”면서 “챗봇 서비스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시장 특성이나 관련 분야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병원 위치를 찾으려는 사람이 ‘종로’라고 얘기했을 때 챗봇은 주소지가 종로인 병원을 안내해 줘야 한다. 소방서나 지역 정보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챗봇이 이른바 ‘대선봇(대선+채팅로봇)’으로 유명한 ‘로즈’다. 주 대표가 개발한 ‘로즈’는 포털 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쏟아지는 대선 관련 정보들을 스스로 학습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검색량 순위나 지지율은 물론, 선거 당일 날씨와 투표율 사이 상관관계 등 작은 변수까지도 고려해 당선율 예측 수치를 도출한다.

주 대표는 “후보들의 공약도 모른 채 투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AI나 챗봇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는 국민도 절반 이상”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AI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투표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를 높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해 만들어 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로즈도 과도하게 똑똑하게 만들면 대선 후보들에 대한 악성 댓글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지능 수준을 많이 낮췄다”면서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의 10%만 보여주게 된 게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파운트AI는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기반 자산운용서비스) 전문기업 파운트의 자회사다. 딥러닝이나 AI에 대한 수요가 높고, 활용처도 넓다는 점에서 파운트가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기반으로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한양대 기술지주회사와 함께 출자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도 협업하는 등 학계 전문기관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 회사는 로즈 같은 ‘이벤트 챗봇’ 외에 경제금융전문 챗봇 ‘파이’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한글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한 챗봇과 AI 기반 금융 컨설팅을 양대 축으로 사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주 대표는 “아직 태동 단계에 불과한 챗봇과 AI 금융 컨설팅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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