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암호화 기술인 블록체인이 지폐 없는 세상을 앞당길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인터넷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만큼 기술 인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국내 금융벤처 1세대인 박창기(62·사진) 블록체인OS 대표는 최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고벤처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이 미래 금융시장을 바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블록체인의 전망을 밝게 해준 것은 비트코인(가상화폐)의 가치 상승”이라며 “비트코인을 만드는 엔진이 곧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지난 2014년 뒤늦게 블록체인 회사를 세운 것도 블록체인 시장의 무궁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1999년 증권정보 인터넷 기업 팍스넷을 설립하는 등 20여년간 10여개의 벤처를 세운 창업 베테랑이다. 박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의 늦깎이 도전은 환갑의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청년창업자들에게 보여주며 용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이 블록체인의 분산·암호화 방식이 주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화폐 기능이 충분히 발휘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록체인은 박 대표가 장난감 레고에 비유한 것처럼 ‘덩어리 연결’이다. 10분마다 축적된 금융거래 장부 정보가 전 세계에 흩어진 PC를 포함한 8,000여개의 컴퓨터에 보관되고 체인처럼 긴밀히 연결된다. 박 대표는 “2009년 이후 블록정보가 45만개 이상 쌓여 있지만 정보가 분산 축적된 덕에 장부 자체가 해킹을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최근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이는 거래소 보안의 문제일 뿐 비트코인 자체가 해킹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전자거래에서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중 지불도 블록체인에서는 불가능하다.
박 대표는 “다른 금융 서비스들이 꼭 써야 하는 메인 서버 없이 분산 시스템을 사용해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며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져 부정부패를 막는 사회 정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사실상 금융장부 원본을 각각의 컴퓨터가 저장하고 있어 콘텐츠를 무한복사하는 방식의 인터넷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기술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예컨대 스웨덴 정부는 토지 등기부의 블록체인 계약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부동산 등기 원본을 확인하는 셈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비트코인 같은 통화(currency)와 금융 인프라 구축의 2개 분야로 거대한 블록체인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발 빠른 블록체인 도입 움직임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블록체인OS도 자체 가상화폐를 만들어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한 서비스로 사용자층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마치 기업공개(IPO)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크라우드펀딩(ICO)도 이르면 5월 실행할 계획이라고 박 대표는 소개했다.
그는 “빅데이터 등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술과 달리 블록체인 프로그램 코딩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국내 전문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청년들이 기꺼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