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폐막…"북 해킹, 글로벌경제의 블랙스완" 경고 나선 재계·재계

'닥터 둠' 루비니 "세계 금융시장 혼란 등 실질적 위협"

'채권왕' 그로스도 "위기는 예측하지 못하는 곳서 온다"

시리아·이란 핵 보다 더 큰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

밀컨글로벌콘퍼런스 폐막일인 3일(현지시간) ‘채권왕’ 빌 그로스(왼쪽) 야누스캐피털그룹 수석매니저와 누리엘 루비니(오른쪽) 뉴욕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의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의 핵 개발 및 사이버 공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밀컨글로벌콘퍼런스 폐막일인 3일(현지시간) ‘채권왕’ 빌 그로스(왼쪽) 야누스캐피털그룹 수석매니저와 누리엘 루비니(오른쪽) 뉴욕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의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의 핵 개발 및 사이버 공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닥터 둠(Dr Doom)’으로 불려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3일(현지시간)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하며 “북한 사이버 공격은 해킹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부르며 글로벌 경제에 실제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거의 예상치 못해 준비가 안 돼 발생할 경우 ‘블랙스완’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이란 핵과 시리아 사태 다음에 있던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50여개국 투자자 4,000여명이 참여해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턴호텔에서 이날까지 열린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루비니 교수는 “미국이 무력사용을 위협할 만큼 북한 핵이 상당한 지정학적 위험으로 부상했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야말로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토론한 이 세션에 패널로 함께 참여한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그룹 수석매니저도 “북핵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상존하고 있지만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오기 때문에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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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퍼런스 4일째로 폐막일까지 행사장을 지킨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은행 절도’ 사건의 배후로 뒤늦게 북한이 지목된 사실을 떠올리며 “북한이 고도의 해킹 기술을 통해 금융 시스템 등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 공감했다. 지난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서 감쪽같이 8,100만달러(약 900억원)를 훔쳐간 해킹 사건의 배후로 미국 연방검찰은 지난 3월 말 북한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방글라데시 은행 해킹의 수법은 2014년 북한 주도의 소니픽처스 해킹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 국부펀드의 한 운용역은 “북한이 충분히 일으킬 수 있는 위협인데 사이버 공격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북핵 리스크가 거론된 과정도 예년과 달랐다.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문제점과 중국 경제의 신용위기 가능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재발 등이 논의된 후 지정학적 리스크 분야에서 첫 번째 타깃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데니스 버먼 월스트리트저널 금융 부문 에디터는 “북한 문제가 시리아 사태나 이란 핵보다 더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짐 매코건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즈 최고경영자(CEO)도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북한 문제는 매우 위험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션에서 트럼프노믹스의 경제적 위험성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다. 루비니 교수는 “보호무역과 이민제한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가 됐다”고 단언했다. 그로스 수석매니저도 “향후 4년간 미국 성장률은 2%나 그 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매코건 CEO는 “트럼프노믹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혁신을 주도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사업가인 로스 페로 주니어 페로그룹 회장은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는 트럼프 정부가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며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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