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다국적 제약사 매출 성장률 부익부 빈익빈

신약 도입·영업망 확충에 밀린

스페인 '신파' 등 국내시장 철수도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도입과 영업망 확충에 강점을 갖춘 대형 제약사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실적 부진으로 국내 철수를 검토하는 등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7일 한국법인을 운영 중인 다국적 제약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요 30곳의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7.3% 늘었다. 2015년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66% 성장한 셈이다. 또 국내 제약사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이 5%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선방했다.

반면 상위사와 하위사의 매출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지난해 화이자, 로슈,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등 상위 10개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 증가율은 9.8%로 2015년 4.1%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반해 산도스, 룬드백, 메라니니 등 하위 10개사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25.5%에서 4.4%로 급감했다. 1위 한국화이자와 30위 한국세르비에의 매출액도 2015년 각각 6,474억원과 326억에서 지난해에는 6,815억원과 351억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국적 제약사의 양극화 현상과 함께 일부 업체는 국내 시장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인 청산 작업에 돌입한 스페인 제약사 신파가 대표적이다. 신파는 지난 2012년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법인을 설립하며 대대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5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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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산도스도 한국에서 좀처럼 맥을 못췄다. 글로벌 1위 제약사 노바티스의 제네릭 자회사인 산도스는 2006년 진출 이후 100여 종의 제품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히트 상품은 하나도 없다. 매출액도 10년째 300억원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2012년 한독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한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도 매년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한국 철수설에 휩싸이고 있다. 2013년 한국 시장을 두드린 후 지난해는 202억원 매출에 57억원 영업손실로 3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네릭 1위 업체인 테바는 지난해 25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10위권 제약사지만 유독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약 확보에 성공한 대형 다국적 제약사가 대대적으로 마케팅 및 영업 인력을 가동하면서 국내 제약사보다 못한 실적을 내는 다국적 제약사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상위 다국적 제약사나 국내 대형 제약사로 이직하는 비중도 올 들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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