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아기 한 분

주용일 作

1016A38 시


붐비는 시장 좁다란 골목,

어쩌다 홀로 나왔는지


아장아장 아기가 걸어갑니다

찬거리 담긴 봉지들이

묵직한 시장바구니들이

아기 곁을 조심조심 지나갑니다

아기를 에워싸는 저 훈훈한 공기막,

비린 잇속에 발 빠른

저잣거리의 사람들이 오늘,

재래시장 좁다란 골목 안에

아기 연꽃 한 송이 피워냅니다


봄은 여린 것들 천지다. 새싹, 꽃잎, 병아리, 어린이.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가냘프고 약해서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오히려 너무 굳고 딱딱해서 위험한 이들을 말랑말랑하게 해 주기 위해 오셨다. 새싹은 얼음을 녹이고, 꽃잎은 나무껍질을 뚫고, 병아리는 껍질을 깨고, 아기는 열 달 어둠을 벗고 나투지 않으셨는가? 눈만 마주쳐도 비린 잇속에 찌든 사람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지 않는가? 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는 신이 인간에 대하여 절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땅에 보낸 사신이다.’ 오월은 그 사신을 맞는 달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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