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

사모펀드, 저축은행 인수 못한다

비자격자 우회 인수 시도에

가계부채 부실 우려 불거져

당국 "10년치 경영계획 내라"

사실상 M&A 불허 의미



앞으로 사모펀드(PEF) 단독으로는 저축은행 인수를 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PEF가 저축은행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을 막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9일 “최근 수차례 경제범죄 관련 경력이 있는 자가 PEF를 통해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다”며 “이 때문에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PEF에는 10년 치 경영계획을 내도록 하고 실질 대주주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라며 “이는 사실상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EF에 10년 이상 장기 경영계획을 내도록 하는 것은 저축은행을 인수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PEF는 단기 차익을 내야 하는데 10년 이상이라는 기간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또 PEF의 실질 소유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면 인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본입찰이 이뤄진 현대저축은행이다. 업계에서는 DH와 아주·유니온·스마트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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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PEF가 저축은행 대주주인 곳은 없지만 과거에는 있었다. 지난 2006년 MBK파트너스가 HK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지난해 애큐온캐피탈에 1,833억원을 받고 팔았다. 경영기간이 10년 가까이 되지만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원인이다. MBK는 인수 2년 뒤인 2008년부터 HK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회사의 뜻과 다르게 보유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2008년 W저축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한 리딩밸류에프원 PEF는 2012년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돼 결국 영업정지를 당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대주주로 PEF를 꺼리는 것은 비자격자의 우회 인수 시도가 적지 않은데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PEF의 특성상 수익 중심의 공격적 영업을 하게 되는데 저축은행의 경우 고금리 신용대출이나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무리한 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경우가 오면 모르겠지만 PEF가 저축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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