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19대 대통령 문재인] 두자릿수 득표율 실패했지만...개혁보수 새 희망 쓴 유승민

집단 탈당 사태 거치며

당원가입·후원금 급증

개혁보수 가치·이념 등

정책 현실화가 성공 관건

유승민(가운데)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유승민(가운데)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진영의 또 다른 축인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선후보는 결국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이번 대선을 통해 개혁적 보수를 길러낼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유승민의 정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대선 이후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개혁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실제로 얼마나 정책으로 현실화할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후보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충남대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굉장히 외롭고 힘든 싸움을 했지만 신념을 갖고 출마했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끝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서 새로운 희망을 갖고자 하는 젊은 학생들, 젊은 가장, 엄마·아빠들, 그분들의 지지를 제가 제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권 도전 성공 여부에 연연하지 않고 대선 이후에도 지지자들의 열망을 받들어 묵묵히 개혁 보수의 길을 개척해 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유 후보는 자신의 저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통해 “보수(保守)가 살아남으려면 보수(補修)해야 한다”며 보수정치의 개혁을 강조했다. 가진 자와 기득권의 편만 드는 기존 보수 정치권의 틀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그가 이번 대선에서 내놓았던 재벌총수 사면 금지와 증세를 통한 중부담·중복지 공약 등은 기존 보수정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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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TV 토론의 활약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탓에 당내에서 먼저 후보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결국 유 후보가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자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바른정당 소속 의원 12명이 집단 탈당한 뒤 보수진영 내 경쟁자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유 후보는 대선 레이스 기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같이 가겠다고 했던 의원님들이 탈당했을 때”라며 집단 탈당 사태를 언급한 뒤 “그때가 고비였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집단 탈당 사태는 오히려 정치인 유승민의 진정성을 알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했다. 바른정당 집단 탈당 사태 이후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2~4일 사흘간 후원금은 30배, 온라인 가입 당원은 무려 200배나 급증했다.

대선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의미 있는 득표율을 거둬들인 유 후보는 거대 보수정당의 그늘 아래서도 꿋꿋이 개혁 보수의 길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일 고려대 유세에서 “지금 한국당이 이야기하는 저런 식의 보수는 시간문제일 뿐 분명히 망한다. 지속할 수 없다”며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뀌고 그 길을 용감하게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선 이후 소속 의원들의 추가 이탈을 막고 의석 수 20석의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는 일은 그가 먼저 넘어야 할 과제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를 통해 그가 꿈꿔온 개혁 보수의 정책을 현실로 이끌어낸다면 미완의 정치적 실험은 비로소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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