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9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접근성을 고려해 투표소를 설치한 탓에 ‘이색 투표소’가 여럿 등장했다. 경남 사천시에서는 ‘풋마늘 선별장’에 투표소가 마련됐고 서울 금천구에서는 순흥 안씨 문중 사무실이 투표소로 변신했다.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세계적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품을 보며 투표했다.
야구부 실내훈련장(서울 중구), 농기계 보관창고(충남 논산시), 게이트볼장(충남 계룡시), 자전거 대여소(서울 송파구), 목욕탕(부산 서구), 웨딩홀(서울 자양동) 등도 투표소로 활용됐다. 투표소는 공공기관을 우선적으로 활용하지만 공간이 협소하거나 편의시설이 부족하면 민간시설을 빌려 사용한다. 민간시설 대관료는 하루 30만원이다.
이날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 송곡초등학교 투표소에는 승마동호회 회원들이 말을 타고 와 투표하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말 탄 유권자’를 제지할 규정은 없다.
100세 이상 어르신도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울산 중구에서는 지역 최고령인 110세의 김소윤 할머니가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했다. 전북 전주 완산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107세의 허윤섭 할아버지는 투표를 마치고 “나의 작은 한 표가 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규정 위반으로 곳곳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부산시 진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70대 A씨는 투표장 앞에서 머뭇거리던 80대 여성 B씨에게 다가가 투표 방법을 설명해주다가 기표소에서 대신 기표 도장을 찍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투표용지를 훼손 처리하고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 강서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지체장애가 있는 남편을 대신해 아내 C씨가 ‘대리기표’를 했다가 무효 처리됐다.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자체적으로 ‘모의투표’를 진행하며 투표 열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청소년 대선’을 열고 전국 30개 투표소와 온라인에서 자체 투표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