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주로 유가증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의 자금이 점차 코스닥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 시가총액은 22조6,548억원으로 1997년 코스닥지수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 시총은 4월18일(22조1,742억원) 처음으로 22조원 벽을 넘어선 뒤 연일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횟수만 11차례에 달한다. 외국인이 유가에 이어 코스닥에서도 순매수를 늘리며 시장 상승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3월 한때 지수 600선마저 위협받으며 지지부진하던 코스닥은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에 힘입어 64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3월 한 달간 코스닥시장에서 611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지만 4월부터 8일까지 4,85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180도 달라졌다. 코스닥지수도 8일 기준 643.39포인트로 1월6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643.68)와의 차이를 0.29포인트로 줄였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카카오가 1,4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파라다이스(034230)(330억원), SK머티리얼즈(268억원), 원익홀딩스(230억원), 에스티팜(237690)(221억원), 휴젤(145020)(218억원), HB테크놀로지(204억원), 테라세미콘(123100)(2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린 후 시차를 두고 IT 부품과 반도체 장비 등 후방 산업에 속한 중소형주들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며 “그동안 낙폭이 컸던 제약·바이오 업체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 전망이 밝은 점도 추가적인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닥 상장사 128곳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4조1,902억원으로 전년(2조7,087억원)보다 54.69%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역대 대선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도 코스닥의 상승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16~18대 대선 전후 40일간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상대 수익률을 비교하면 선거 전까지는 대형주가 우세했지만 이후 중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유발 효과가 크고 정책에 대한 반응도 민감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1년 차에 우대 정책도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형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펼쳐진 IT·철강·화학 등 대형주 장세에서 소외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적으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지수를 선행한다”며 “코스닥지수가 최고치보다 낮은 상태에서 외국인 시총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지수가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