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 상태에서 고삐가 풀렸던 이동통신사의 불법 보조금이 새 정부 출범으로 잠잠해질지 관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조금을 규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 수정을 통해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보조금 단속을 강화하면서 ‘단통법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황금연휴 기간 동안 번호이동 건수는 총 12만 5,639건으로 하루 평균 1만7,948건에 달했다. 특히 3일 하루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2만8,627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열기준으로 보는 2만4,00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보조금 대란의 중심에는 ‘갤럭시S8’이 있었다. 보조금 상한액인 33만 원을 두 배 가량 웃도는 60만원대의 불법 보조금이 뿌려지면서 시장이 과열됐다. 뽐뿌 등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20만원 가량에 갤럭시S8을 구입 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요금 약정할인이나 공시지원금을 받고 갤럭시S8을 구입한 고객이 이른바 ‘호갱’이 된 셈이다.
‘단통법 무용론’까지 나왔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위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시장은 통제가 안 됐다.
10일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는 15일 첫 시험대에 오른다. 오는 11일 SK텔레콤(017670)이 전산개편을 하면서 닷새 동안 가입 및 해지 업무를 중단하면서 다른 이통사들도 고객혼란 방지 차원에서 번호 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통3사가 번호이동 중단기간 동안 물밑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신규고객 유치에는 보조금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다.
관전 포인트는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일단은 이용자 간 가격 차별을 금지하고 단말기에 ‘가격표’를 붙이는 단통법의 기본 골격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말기 구입 때 제조사와 이통사가 분담하는 지원금을 분리 공시하고 지원금 상한제 일몰 시기를 당초 예정된 9월말 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면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지원금만큼 단말기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원금 상한제가 조기 일몰되면 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통신요금이 낮아질 여지가 생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위원장과 상임위원 공석으로 ‘업무 공백’ 우려가 꾸준한 방통위에 힘을 실어주고 불법 보조금 단속을 강화하도록 한다면 시장은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단통법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 보안과 단속 강화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단통법의 과실을 이통사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이통사들이 새로운 요금제를 통해 요금을 낮추거나 신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새 정부에 성의를 보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