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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세미 “윤상현과 사랑연기, 이제 충분 합니다”

배우 임세미의 수줍은 미소에는 힘이 있었다.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선량하게 만드는 힘이다. 더 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조근조근 대화를 이끌어가는 임세미와 함께한 공간에는 기분 좋은 에너지만 가득했다.

그 누구보다 ‘착한’ 이미지가 강했던 임세미였기에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 속 정나미의 모습은 ‘의외’에 가까웠다. 물론 전작인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백마리를 연기하면서 ‘밉상 캐릭터’에 한 발짝 접근한 적 있지만, 백마리가 ‘밉지 않은 악녀’라면 ‘완벽한 아내’의 정나미는 이름 그대로 ‘정나미가 떨어지는 불륜녀’였기 때문이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불륜녀인 만큼 밉상이어야 정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나미를 연기하는 정세미에게는 여전히 밉지 않은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니 말이다.

“‘완벽한 아내’의 정나미는 남들이 봤을 때 질색할 정도로 싫어할 요소들이 많이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 정이 많은 인물이에요. 그리고 정나미는 단순한 불륜녀가 아닌, 유혹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분명하게 존재했잖아요. 처음에는 ‘불륜녀’라는 설정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밉지 않은 악녀, 흔한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제가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저를 믿어준 감독님을 보면서 ‘믿고 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완벽한 아내’에서 정나미는 심재복(고소영 분)과 구정희(윤상현 분) 부부의 사이에 갈등을 부른 장본인이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미모를 통해 인생 성공을 꿈꾸던 정나미는 처음 구정희를 사랑하다 못해 집착을 보인 이은희(조여정 분)로부터 심재복의 가정을 파탄 낼 불륜녀로 고용됐지만, 이후 인생이 제대로 꼬이면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극의 전개를 스펙터클하게 만들었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코믹 미스터리’를 표방했던 ‘완벽한 아내’는 ‘살해당한 정나미’로부터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극중 정나미는 갈등의 시작이자, 모든 사건의 축에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처음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나 이은희의 비밀을 벗기기 위한 고군분투를 하면서 극의 긴장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다 결국 그녀의 손에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고, 한번 죽은 줄 알았던 정나미가 나타나 큰 반전을 일으켰던 만큼 시청자들 사이 또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지만, 두 번의 부활은 없었다.

“두 번째 죽을 때 반전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진짜 죽더라고요. 뭔가 시원섭섭했어요. 먼저 정리를 하다 보니 허무함과 허전한 것도 있었고, 어떻게 보면 결국에는 단어 그대로 ‘정나미가 떨어져서 죽었다’였잖아요. 정나미를 연기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제가 ‘완벽한 아내’의 ‘사건의 축’이더라고요. 이를테면 사고뭉치로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킨 셈이죠. 정나미는 복 받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비록 죽었지만 드라마에서 정나미라는 이름이 계속 나왔으니까요. 하하.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제가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키 플레이어’ 역할을 소화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더라고요. 새삼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싶은?(웃음)”

정나미를 연기한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전한 임세미였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극중 브라이언(차학연 분)과 러브라인을 은근하게 기대했지만, 결국 이도 이루기 전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브라이언과 사랑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 했는데, 결국 브라이언에게 뼈아픈 사랑으로 남게 됐어요.(웃음) ‘완벽한 아내’에서 차학연씨와 연기를 하면서 순수하고 젊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서 좋았어요. 다만 극중 브라이언이 정나미를 좋아하는 뉘앙스를 풍겨서 ‘우리 둘이 잘 되는 것인가’ 속으로 기대를 했었는데…기대는 호흡이 좋았던 걸로 정리하겠습니다.(웃음)”

러브라인이 이뤄지지 못한 채 죽게 돼 아쉬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임세미는 이내 ‘완벽한 아내’ 팀의 ‘찰떡’같았던 케미를 자랑했다. “감정이 격한 신들을 많이 찍었지만, 컷이 끝나고 난 이후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사실 시청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드라마 내용도 가볍지 않은 만큼 우리끼리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상황은 아닌데’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좋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함께 연기했던 선배님들 모두 정말 좋았어요. 먼저 윤상현 선배의 경우 ‘완벽한 아내’를 하기 전에 ‘쇼핑왕 루이’로 호흡을 맞춘 바 있었잖아요. 그래서 더 잘 맞았던 것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친하다보니 애정연기를 하면서 너무 낯간지럽더라고요. 서로 ‘우리 이런 사이 아닌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니까요.(웃음) 윤상현 선배와 사랑연기,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이제는 그냥 선배로서 사랑하는 것으로 남으려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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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에 이어 가장 많이 부딪쳤던 고소영, 그리고 조여정과의 케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드라마로 만나기 전 가지고 있던 고소영 선배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분’이셨어요. 그래서 한편으로 ‘너무 예쁘시다보니 저와 언니 동생 느낌이 날까’ 걱정 했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다보니 기우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연기적으로 호흡을 잘 맞춰주셨을 뿐 아니라, 성격도 좋으셔서 절로 ‘언니’라고 부르게 되는 분이시더라고요. 언니와 함께 연기하는 내내 좋았어요. ‘완벽한 아내’의 또 다른 주인공인 조여정 선배의 경우 고소영 선배만큼 마주지치는 않았는데 첫 만남이 강렬했죠. 인사를 하자마자 뺨을 맞았거든요.(웃음) 깔끔하게 때려주셔서 한 번에 끝났어요. 컷이 돌아오자마자 천사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시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이 연기호흡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정말 편안하게 대해주셔 감사했어요. 사실 선배들을 만나기 전 엄청 살벌하고 무서울 줄 알았는데 정말 잘 챙겨주셔서 즐겁게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이른바 ‘날고 기는’ 배우들이 많은 가운데서도 임세미는 꿋꿋이 기량을 펼치며 자신만의 ‘정나미’를 만들어 나갔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PD와 끊임없는 대화를 펼치면서 정나미를 만들어 나갔던 임세미, 연기에 대한 그녀의 고민은 드라마 속 의상으로도 이어졌다.

“정나미라는 인물이 ‘불륜녀’인 만큼 보여지는 역할이잖아요. 20대로서 화사하게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여정 선배가 부자집 사모님으로 우아함을, 고소영 선배가 집에서 나온 아줌마 재복의 옷을 입었다면, 저는 비록 불륜녀이지만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의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어찌됐든 직장인인 정나미인만큼 가볍지 않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옷의 패턴까지도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옷으로 연기하는 것이 있더라고요. 발랄해 보이고 사랑스러움이 풍겨져 나오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많이 회의를 했고, 이 옷을 입게 되면 어떤 감정과 행동을 하게 될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웃음)”

‘쇼핑왕 루이’와 ‘완벽한 아내’를 연이어서 소화한 임세미. 모든 촬영이 끝난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며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나온 것은 ‘요리수업’ 심지어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하고 있단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사실 어딘가 가보지 못했던 산을 가고 싶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요리 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표에요. ‘쇼핑왕 루이’가 끝난 뒤 뭔가 요리에 관심이 생겼고, 자격증을 따겠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험을 얼마 앞두고 ‘완벽한 아내’에 투입하게 된 거에요. 이제 드라마가 끝났으니 준비했던 걸 다시 준비해 보려고요. 요즘 드라마에서도 요리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 자격증을 따 두면 나중에 작품에서 쓸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요리를 배우는 것도 훗날 언젠가 하게 될지도 모르는 ‘연기’와 결부시킨 임세미를 보며 일 욕심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드라마 ‘반올림’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연기를 이어온 임세미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그 끈을 놓지 않으며 꾸준히 달려왔다.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임세미는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라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연기 밖에 없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겁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을 하기에는 너무 많이 해버렸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어찌됐든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계속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에 계속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연기가 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을 달려왔더니 이제야 ‘연기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우리네 삶과 똑같더라고요.”

연기와 연애의 단계를 넘어 이제 삶이 돼 버렸다고 고백한 임세미는 “제가 원래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현재에 안주하고 싶지 않고 달려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액션이 됐든 로맨스가 됐든 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얼굴이 순해 보이잖아요. 선한 얼굴 뒤에 숨겨져 있는 제대로 된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연기가 농익게 되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악역을 만나지 않을까요?(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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