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과거에도 제자 성추행 사건으로 해임됐다가 신규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로 해임된 교사를 다시 채용하지만 않았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당시 교원 채용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일 대전고법과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14년 제자인 B양의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 답안을 고쳐준 뒤 추행하는 등 8개월 동안 교실에서 총 7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정보 공개·고지 10년,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동인 피해자가 오랜 기간 받았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매우 컸을 것”이라며 “이런 피해는 회복되기 어려운 점에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조사 결과 A씨는 1996년에도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교실이나 학교 관사 등에서 10살짜리 제자 7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당시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면서 법원으로부터 공소 기각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A씨는 법의 심판을 면할 수 있었다.
A씨는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이듬해 해임됐고, 2002년 충남에서 임용시험을 보고 다시 초등교사로 신규 채용됐다.
다시 채용된 지 10여년 만에 재차 추행 사건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교사 신규 채용 과정의 ‘대충 행정’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교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와 면접 과정 등을 거쳐 부적합한 인물을 걸러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의 경우 성추행으로 해임 처분까지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철저한 인물 검증 없이 교사로 임용됐다고 학부모들은 분개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남성은 “성범죄 교사가 서류나 면접 과정을 거치고도 임용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해당 교사가 해임 처분을 받은 사유만 꼼꼼히 살펴봤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교육청은 A씨 채용 과정에 절차적인 하자는 없었다고 해명한다.
당시 성범죄에 연루된 인물에 대한 채용 제한 규정이 없었으며, A씨는 해임 처분을 받은 지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공무원 임용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행위로 파면·해임된 교원에 대해 신규 채용할 수 없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이 2008년에 개정됐기 때문에 A씨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신원조회에서도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교육청의 해명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A씨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절차적으로 A씨의 신규 채용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경기지역에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충남에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