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中"웨이하이 사고 시민들 방관한 것 아냐"…방관자 논란 왜?

웨이하이시 당국 "사고 상황이 구조에 나서기 어려워"

방관자 논란 만든 중국인 방관, 의심 심리

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한 터널에서 한국인 유치원생을 태운 버스가 출입문이 막힌 채 화재에 휩싸여 있는데 주변 차량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출처=미아오파이닷컴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한 터널에서 한국인 유치원생을 태운 버스가 출입문이 막힌 채 화재에 휩싸여 있는데 주변 차량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출처=미아오파이닷컴




중국 웨이하이의 한 터널에서 한국 유치원생 10명이 차량 화재로 참변을 당한 사건을 두고 지나치던 차량들이 촬영만 할 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불거진 ‘방관 논란’에 대해 중국 당국이 해명에 나섰다. 지나던 차량이 찍은 영상이 아니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라는 설명이다.


예리윈 중국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10일(현지시간) 웨이하이시 란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경과를 설명하면서 “참사 현장을 찍었다는 사진과 영상도 차량용 블랙박스에서 찍힌 것이지 촬영한 게 아니다”라며 “사고 발생 직후 엄청난 연기가 나왔고 터널 안이 어두워서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들이 구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조차량들이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데 현장에 일반 행인들이 직접 구조에 나서면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었다”며 문제의 영상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참사에서 중국인들이 구경만 할 뿐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사고 영상이 공개돼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중국인 사이에 남의 일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인 ‘비에관시엔슬(別管閑事)’이 널리 퍼져 있다는 이미지가 논란에 불씨를 키웠다.

중국 광둥성의 한 시장에서 2살 짜리 아이를 작은 트럭이 치고 도주해 아이가 쓰러져 있지만 시장 내 행인이 아이 바로 옆을 지나면서도 구호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에도 17명의 시민이 지나갔지만 이 아이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출처=TV5중국 광둥성의 한 시장에서 2살 짜리 아이를 작은 트럭이 치고 도주해 아이가 쓰러져 있지만 시장 내 행인이 아이 바로 옆을 지나면서도 구호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에도 17명의 시민이 지나갔지만 이 아이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출처=TV5



이는 지난 2011년 광둥성의 한 시장에서 2살짜리 아이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는데도 아이가 또 다른 사고를 당해 숨을 거두기까지 18명의 시민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이를 도와주지 않는 영상이 나중에 공개되면서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은 중국인과 방관 심리를 연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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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논평 전문지 ‘인민논단’도 2014년 중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중국의 10대 사회심리적 병증으로 이 같은 ‘방관자 심리’를 꼽은 바 있다. 인민논단은 중국인들은 나와 관련이 없는 사회 현상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거나 관심을 꺼버리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 나와 관련이 되거나 나의 가족, 친지, 친구 등의 일이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꽌시(關係)’ 문화가 입증하듯이 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중국인들의 방관자 심리에는 ‘습관성 회의’ 성향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인의 경우 어떤 사안을 접할 때 의심부터 하고 보기 때문에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이나 제3자 간의 폭력의 경우에도 손해를 무릅쓰고 쉽게 도와주지 않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는 2006년 펑위라는 사람이 넘어진 노인을 부축해줬지만 이후에 오히려 손해배상소송에 휩쓸려 법정싸움까지 간 사건을 두고 남을 잘못 도와줬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입는다는 인식도 커졌다. 이에 대해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인들은 일단 친구가 되면 평생 가지만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방어심리가 큰 편”이라며 “도와줬을 때 오히려 발뺌이나 오해 등이 생겼을 때의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남의 일에 개입할 때 신중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인 사이에서는 중국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심리를 현재까지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 진란(28)씨는 “펑위 사건이 중국인에게 미친 영향은 실제로는 크지 않다”며 “소수의 충격적인 사례가 부각됐을 뿐 젊은 세대에게는 남을 도우면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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