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文 제1공약 '일자리 추경 10조'…여야 협치 첫 시험대에

경기 호조세 등에 법적 요건 맞는 부분 없어 걸림돌

정무적 설득·여야 조율 이뤄내야만 국회 통과 가능

시간도 촉박…타이밍 늦어지면 내년 예산과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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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일성으로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해온 그가 일자리를 경제정책의 1순위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곧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제 추경이 편성되기까지 걸림돌이 많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추경의 법적 요건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도 쉽지 않다. 결국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가 피해갈 수 없는 여야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는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기업투자 확대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고용과 내수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추경 편성의 이유로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추경은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소방관·경찰 등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는 데 사용된다. 추경에 공무원 추가 채용과 교육훈련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인건비·법정부담금은 9월에 편성되는 2018년도 본예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재정여건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세는 계획 대비 20조원 가까이 더 걷혔다. 올해도 1~2월 세수진도율이 19.1%로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업 실적 호조로 법인세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은 8조원 흑자였다. 세계잉여금의 일부는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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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걸림돌은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이다. 추경은 예산이 편성된 상황에서 부득이한 사유에 따라 예산을 늘리거나 부족한 세수를 채우는 과정이다. 지금으로서는 법적 요건인 국가재정법 89조의 어느 조항과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제1 공약인 만큼 반드시 추진한다고 보고 있다”며 “추경 요건과 국회 통과 여부는 여야 조율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요건은 엄격하지만 정무적인 설득과정을 거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문 대통령의 추경 편성 지시가 내려지는 즉시 법적 요건에 대한 검토와 논리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역대 정부의 추경은 경기 부양을 위한 만능 카드로 활용됐다. 지난 2000년 이후 12차례 추경에서 가뭄·태풍 등 재난 같은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추경은 2002년·2003년·2006년·2015년 단 네 차례에 그쳤다. 특히 정부 취임 초기에는 경기 부양과 국정과제 실현 등을 위해 100% 추경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취임 첫해인 2013년 경기 부양 및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대규모 세수 손실을 메우기 위해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했다.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및 가뭄(대규모 재해), 2016년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및 일자리(대량 실업 우려 등)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경기 부양 성격이 강했다.

시간도 촉박하다. 기재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에서 내년도 예산요구안을 제출받는다. 내년 예산안이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는 얘기다. 자칫 추경 편성 시기를 놓칠 경우 내년 예산 국회 제출 시기와 겹칠 수 있다. 추경 편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국회 통과 등에서 진통을 겪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역대 추경 중 국회 통과에 최장 기간이 걸린 추경은 2000년 저소득층 생계안정을 위한 추경으로 106일이나 걸렸다. 저소득층 유류 환급 등을 위해 추진한 2008년 추경도 90일이 지나서야 국회에서 통과됐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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