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19대 대통령 취임식이 기존의 격식과 권위를 모두 내려놓은 채 간소하게 치러졌다. 그동안 대통령 취임식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과도한 의전이나 축하공연을 생략한 대신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취임식은 정오 무렵 시작해 별도의 축하공연 없이 취임 선서와 대국민 담화문만 발표된 채 20여분 만에 끝이 났다. 로텐더홀에 마련된 300여개의 좌석은 일찌감치 참석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지정석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여야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섞어 앉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 요인도 참석한 가운데 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부 의원들은 서서 취임식을 지켜봐야 했다.
국군 교향악대의 연주 팡파르와 함께 입장한 문 대통령은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한 뒤 취임선서를 낭독했다. 문 대통령은 선서 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며 “신명을 바쳐 일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국회 앞마당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잔디밭에 설치된 대형화면으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국회 본관을 나와 잔디밭에 등장하자 현장의 시민들은 “팬이다” “사랑해요”라고 외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차에 타기 전 휴대폰을 내밀어 대통령과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은 전용차량에 탑승해 청와대에 도착하기 전까지 선루프 밖으로 몸을 내밀어 거리의 시민들에게 두 손을 흔들면서 감사를 표했다. 동승한 김정숙 여사도 차창 밖으로 연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국민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반면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의 경우 인기가수 싸이의 공연을 포함해 각종 특별공연으로 구성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