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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악녀’ 킬러가 된 김옥빈, 어떻게 ‘칸’을 저격했나(종합)

김옥빈이 한껏 악(惡)해졌다. 한국 영화에 유일무이한 여성 킬러 캐릭터로 변신, 강렬한 액션史를 남길 예정이다.

감독 및 배우들이 11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악녀’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감독 및 배우들이 11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악녀’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정병길 감독, 배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이 참석했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

이날 영화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은 ‘악녀’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소감으로 “이게 꿈인가 싶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기쁜 말을 전했다. 이어 정 감독은 “‘악녀’는 착한 여자의 악한 이야기다”라고 영화의 주요 스토리를 소개했다.

김옥빈부터 신하균, 성준, 김서형 등 주요 출연진의 캐스팅 과정으로는 “신하균과는 8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김)옥빈 씨는 이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캐스팅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여기에 “나의 부족한 연출력을 배우들이 연기로 채워줘 고맙다”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특히 ‘악녀’는 액션이 살아나는 스타일리쉬한 촬영 장면들이 칸에서 극찬을 받은 바다. 남다른 촬영 과정으로는 “‘내가 살인범이다’와는 완벽히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오토바이로 그런 장면들을 만들었다. 레퍼런스를 찾기 보다 아무도 하지 않은 앵글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소형 카메라로 불가능한 앵글을 잡으려 시도했다”고 말하며 미장센에 자부심을 보였다.

‘악녀’가 주연 김옥빈에게 있어서는 한 층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악녀’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김옥빈은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 이후 두 번째로 칸영화제에 참가하게 됐다. ‘박쥐’는 제62회 칸영화제에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극 중 김옥빈은 두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 ‘태주’로 분해 인생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극 중 킬러 숙희역을 맡은 김옥빈은 “어릴 때부터 킬러로 길러지다가 조직으로부터 버림 받는다. 이후에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고 복수를 하게 된다. 천성은 착하지만 환경에 의해 악하게 변하게 된다. 그 안에서 복잡다면한 심리를 표현하려 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특히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인 김옥빈. 칼과 총은 물론이고 도끼까지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살인 무기로 활용하는 숙희를 연기하며 성인 남성마저 제압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액션 스킬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해 그는 “영화에서 배우는 액션과 실제 터득한 무술은 달랐다. 3개월간 갈고 닦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을 밝혔다.


김옥빈은 ‘고지전’과 ‘박쥐’에 이어 ‘악녀’까지 신하균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는 “영화에서 항상 누군가를 죽이는 역할을 많이 했다. 신하균 선배와 호흡이 좋아 영화에서 계속 마주치는 것 같다. 다음에는 서로 부드럽고 편안하고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이색 연기 도전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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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악녀’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지수진 기자


정감독은 김옥빈을 향해 ‘나보다 독한 것 같다’고 그의 액션 연기 투혼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김옥빈은 “모두가 다치지 않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독하게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옥빈은 메이킹 영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을 위해 영혼을 불태우며 고군분투한 그의 노력에 ‘악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김옥빈은 “원래 오토바이를 탄 적이 있지만, 이번 영화를 위해 고속에서 안전하게 착지하는 법 등 고난이도의 운전 연습을 했다”고 말하며 “두 달간 액션스쿨에서 맹연습을 했는데, 하균 선배가 연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나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내가 밀리더라. 이후에 더 혹독하게 연습했다”고 액션에 매진한 과정을 설명하며 화려한 결과물에 자부했다. 여기에 박경림의 주도 하에 혹독한 액션 연기를 주문한 정 감독과 고생한 김옥빈에게 ‘그랬구나’라고 말하는 교감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영화의 주연을 맡으며 액션까지 능히 소화한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는 않는지 묻자 김옥빈은 “이번에 잘 소화해야지 ‘여자 배우들이 액션을 잘 소화하는 구나. 우리도 많은 여성 액션물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들을 할 것 같더라. 책임감과 사명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숙희를 킬러로 길러낸 중상 역의 신하균은 영화 속에서 김옥빈 만큼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다. 그는 “중상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역할이다. 관객들에게 의문을 자아내는 것이 포인트였다. 기대해달라”고 자신의 역할을 전했다. 이어 그는 “김옥빈과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웠다. 김옥빈에게 이번 역할이 적역인 것 같더라. 두 작품을 같이 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어떤 연기를 할지 감이 오더라.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고지전’, ‘박쥐’에 이어 또 한 번 김옥빈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언급했다.

숙희 곁을 맴도는 의문의 남자 현수로 분한 성준은 “뻔한 캐릭터로 보이지 않도록 의외성을 가지려 노력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같이 출연한 아기가 촬영을 안 한다고 해서 미웠던 적이 있다”고 힘들었던 촬영 후기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김서형은 숙희를 스카우트해 임무를 내리는 국가 비밀조직의 간부 권숙을 연기했다. 그는 “추위 속에서 싸우는 게 힘들었다. 폐건물에서 찍다보니 더 힘들었다. 철재 소품이 더해져 이가 떨릴 정도였다”고 고생담을 털어놨다.

그동안 볼 수 없던 독창적이고 신선한 액션으로 쾌감을 선사할 ‘악녀’는 6월 초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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