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설치된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를 위령비로 무단교체한 사람이 일본 자위대의 전직 자위대원으로 밝혀졌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2일(현지시간) 일본의 독립언론인 오타카 미키(大高未貫)가 사죄비 교체 작업을 의뢰한 남성을 인터뷰한 책 ‘아버지의 사죄비를 철거합니다’의 내용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망향의 동산에 세워졌던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군인이었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2000년 사망)가 세운 것이다. 그는 사죄비에 ‘귀하들께서는 일본의 침략 전쟁 시 징용과 강제연행으로 강제노동의 굴욕과 고난에 가족과 고향 땅을 그리워하다가 귀중한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나는 징용과 강제연행을 실행 지휘한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비인도적 그 행위와 정신을 깊이 반성하여 이곳에 사죄하는 바입니다. 늙은이 몸이 숨진 다음도 귀하들의 영혼 앞에서 두 손 모아 용서를 바랄 뿐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죄비를 세웠다.
산케이에 따르면 요시다 세이지의 장남은 이 사죄비를 지난달 11일 전직 자위대 남성에게 의뢰해 비석 상판을 ‘위령비 일본국 후쿠오카 현 요시아 유우토(요시다 세이지의 본명)’라고 적힌 위령비로 무단교체했다.
그는 “전직 자위관 남성에 의뢰해 사죄비를 철거하려고 했지만, 콘크리트에 묻혀 있어 철거하지 못했고, 비석 위에 ‘위령비’라고 쓰인 다른 비석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시다 세이지는 생전 저서 ‘나의 전쟁 범죄 조선인 강제연행’으로 “전쟁 중 위안부로 삼기 위해 제주도에서 많은 여성을 무리하게 연행했다”고 증언한 사실이 지난 1990년대 아사히 신문을 통해 알려졌지만, 아사히는 2014년 발언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관련 기사를 취소한 바 있다.
세이지의 장남은 사죄비를 무단으로 교체한 이유를 설명하며 “아버지가 계속 발언한 허위에 의해 한일 간 국민이 불필요한 대립을 하고 있어 더는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