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OCUS|미래의 재료 합성 DNA의 부상

THE RISE OF SYNTHETIC DNA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리는 유전자 암호와 획기적인 과학의 발전으로 탄생한 실크와 나무 등을 곧 구입하게 될까? 아니면 이 신생업계도 해조류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려다 도산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게 될까?




최근까지 실크 생산은 누에와 일부 거미, 그리고 스파이더맨 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 영역이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에머리빌 Emeryville에 소재한 볼트 스레드 Bolt Threads가 그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이 회사는 발효 탱크에서 효모균, 설탕, 거미의 DNA 암호 등을 이용해 실크, 레이온, 폴리에스테르와 동일한 생산방식으로 섬유 소재를 만들고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만든 섬유는 강철보다 강하고, 스판덱스 소재보다 신축성이 좋으며, 실크보다 부드럽다.

회사 CEO 댄 위드마이어 Dan Widmaier는 “새로운 소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요즘 섬유의 대부분은 석유화학섬유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드는데, 이 소재는 분해될 때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반면, 볼트 스레드의 섬유는 자연에서 생분해될 수 있다. 댄의 표현을 빌리면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신소재다.

이 기업의 운명이 걸린 도전이 지난 2월 시작됐다: 연구실 규모의 생산 프로세스를 양산형 규모로 확대한 것이다. 최종 제품은 의류업체 파타고니아 Patagonia를 포함해 세 곳의 고객사에 납품된다(볼트 스레드의 궁극적 목표는 자사 의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대량생산에 성공하면 회사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 불리는 떠오르는 분야에 중요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볼트 스레드는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스타트업이다. 이곳에서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유기체의 유전인자를 활용해 식품 감미료부터 ‘가죽’, 원목 느낌의 합성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합성생물학 관련 기업들은 총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 중에는 유명인사 피터 틸Peter Thiel, 에릭 슈밋 Eric Schmidt,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 맥스 래브친 Max Levchin, 제리 양 Jerry Yang 등도 포함돼 있었다. 합성생물학 업계를 예의주시하는 컨설팅 회사 신바이오베타 SynBioBeta에 따르면, 2016년 투자규모는 2014년의 두 배에 달했다.

실리콘밸리 유명인사들이 합성생물학에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뉴클레오티드 nucleotide의 4가지 염기가 배열순서를 갖고 위치해 있는 DNA는 소프트웨어처럼 수정되거나 만들어 질 수 있는 암호다. 인간 유전체의 모든 염기 서열을 해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종료된 2003년 이후, DNA 시퀀싱(유기체의 암호 해석)과 DNA 합성(유기체 암호 만들기)의 상업화는 급속도로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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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스레드의 연구실에서 생산되는 합성 실.볼트 스레드의 연구실에서 생산되는 합성 실.



지난 몇 년 동안 로봇공학, 컴퓨터 생명공학, 유전자 편집(editing) 및 합성(synthesis)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합성생물학의 효율성과 비용 대비 효과성도 높아졌다. 예컨대 극찬을 받고 있는 크리스퍼 Crispr는 원하는 부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낸 뒤 의도한 특성을 삽입한다. 반면, 신생기업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 Twist Bioscience의 기술은 실리콘 표면의 화학 반응을 줄여 유전자 합성의 속도를 높인다. 비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OS 펀드 OS Fund의 파트너로, 합성생물학을 적극 지지하는 브라이언 존슨 Bryan Johnson은 “우리는 생명 작용을 해독한다. 생명 그 자체가 점차 프로그램화(programmable)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과 같은 믿을 갖고 있는 이들은 대담한 예측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래에는 DNA와 에너지, 햇빛을 이용해 티슈와 자동차, 집을 만들고, 뇌세포로 컴퓨터를 조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주의할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발생한 사례에서 교훈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2008년 몇몇 스타트업들은 합성생물학을 활용, 해캄(pondscum) *역주: 고인 수면 위에 피막 모양으로 뜨는 각종 조류 에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장의 미생물 활동이 생산 환경과 다르게 나타났고, 유가가 하락해 그들 중 일부는 도산했다.

합성생물학 기업들이 이번에 집중하는 분야는 소재와 특수화합물이다. 지지자들은 이 새로운 시장이 연료에 비해 이익은 더 높고, 시장변동성은 더 낮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합성생물학 업계는 ‘유전자 교정과 성과 측정, 화학물질, 미생물의 대량 생산 및 자동화를 위한 수단들이 개선됐다’고 믿고 있다.

이 곳에선 혁신의 큰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보스턴에 위치한 깅코 바이오웍스 Ginkgo Bioworks는 재배가 어려운 식물이나 멸종된 꽃의 DNA 코드를 활용해 해당 식물을 대량 생산한 후, 새로운 향의 향수를 개발하거나 식품 감미료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동창립자 겸 CEO 제이슨 켈리 Jason Kelly는 “지난 2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1억 5,4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는 최근 1만 8,000 제곱피트 규모의 두 번째 ‘파운드리(제조공장)’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 곳은 발효 탱크와 질량 분석기, 소프트웨어, 로봇, 기존의 생물학 도구 등을 갖추고 있다. DNA를 디자인하고 제조하고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켈리는 새로운 향과 맛을 만들어내는 비용을 50%에서 90%까지 절감할 수 있으며, DNA 염기를 각기 다르게 짝짓고 배열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향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과정은 환경에 무해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향수에 사용되는 장미 오일을 예로 들어보자. 장미는 재배하기 어렵고, 한 그루 당 매우 적은 양의 오일만 생산할 수 있다. 공급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깅코 바이오웍스의 경영진은 외부 기업에 장미 오일의 유전자 암호를 요청하고 있다. 2~6주 안에 유리병에 담긴 DNA 액체 샘플이 우편으로 전달되고, 테스트 후 장미 오일의 DNA 염기가 편집되고 있다. 그들은 테스트를 통해 독특한 향의 오일을 제조할 수 있을 때까지 추가 샘플을 요청한다. 그렇게 완성된 오일은 합성을 통해 재생산할 수 있고, 기존 제품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게 만들어진다. 회사는 지난 9개월 동안 10곳의 신규 고객사를 유치했고, 그들이 새로운 유기체로 만든 제품을 수십 개 주문했다고 밝혔다.

볼트 스레드의 경쟁업체인 독일의 암실크 AMSilk는 거미 유전자를 활용해 바이오 스틸 Biosteel이라 불리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 소재는 고성능 생분해 신발에 사용된다. 브루클린에 소재한 모던 메도 Modern Meadow는 동물 가죽 대신 유전자 조작 세포를 이용해 ‘가죽’을 제조하는 회사로 5,300만 달러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뉴욕 그린 아일랜드 Green Island에 위치한 에코베이티브 Ecovative는 거실 테이블, 방음 패널, 포장재를 ‘키우는(grow)’ 회사다. 이 회사는 나무나 식물로부터 섬유질을 채취해 자른 후 균사체(버섯의 뿌리에 해당하는 기관)를 그곳에 넣는다. 그리고 그 균사체가 섬유질을 통과하고 둘러싸면서 성장하도록 배양을 한다. CEO 에벤 베이어 Eben Bayer는 “이것이 새로운 종류의 나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는 가구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에코베이티브는 국방부와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소재(programmable materials)’를 개발하는 가계약을 맺고, 군대의 임시 거주공간을 가꿔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탄생한 공간은 내구성 있고, 쓰레기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합성생물학 회사들은 이제 많은 바이오 연료 스타트업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성공시켜야 한다: 연구실의 성공을 대규모 양산 시스템 구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럭스 리서치 Lux Research의 마크 붕거 Mark B?nger는 “생산량의 변동폭이 크거나, 버스 크기의 실험 공간에선 통제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ENNIFER ALSEVER

JENNIFER ALS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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