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사를 입각시킬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통합정부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12일 통합정부론에 대해 ‘저급한 정치공작’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야 3당은 대선 패배로 당 지도부가 흔들리며 당장 내부 정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대로 정국 주도권을 정부여당에 넘겨줄 경우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발(發) 통합정부론은 전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장이 띄우며 증폭됐다. 탄핵에 찬성한 한국당 의원 일부가 입각할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 시절 경쟁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야당 의원을 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은 야당 내부의 분열을 노린 수준 낮은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며 “대통령부터 말로는 야당과 협력, 협조를 부탁하면서 벌써 이런 수준 낮은 정치공작이나 꿈꾸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질타했다.
최경환 국민의당 원내당무부대표도 “야당을 여당과 정부의 거수기나 2중대로 몰아가려는 아주 잘못된 태도”라며 “장관직을 갖고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저급한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각설의 주인공인 유 의원은 전날 “제안이 와도 안 받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당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지상욱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를 지속해서 한다는 것은 정치도의는 물론 상식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협치 차원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며 아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당은 추후 민주당과의 연대를,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차별화된 개혁보수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대표도 정부여당이 연정 협약을 먼저 제안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