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대 뇌관인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깎아내리는 한편 코미 전 국장으로부터 자신은 FBI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발언은 또 다른 거짓말 의혹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을 일으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갈수록 악화시키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기 전 두 차례 전화통화와 한 차례 식사 자리를 가졌다며 “그와의 멋진 식사 자리에서 ‘내가 수사를 받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당신은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두 차례의 전화통화에서도 그가 같은 말을 했다”면서 코미 전 국장이 FBI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에 대한 FBI의 수사가 자신과는 완전히 무관하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NBC는 “FBI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에 대한 수사 여부를 묻고 FBI 국장이 아니라고 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코미 전 국장의 한 측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FBI의 범죄수사에 관한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해임 건의와 상관없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려 했다”며 “그는 주의를 끌려고만 하려는 사람”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장관의 해임 건의 메모를 받고 결정을 내렸다던 백악관의 이전 설명과 엇갈려 또 다른 거짓 의혹을 낳고 있다.
한편 코미 전 국장의 해임으로 국장직을 한시적으로 맡은 앤드루 매케이브 대행은 이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국장이 직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개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대통령선거 개입과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 FBI 국장에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