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9일 대선에서 자신에게 몰표를 안겨 준 호남 민심에 화답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치지형 속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지층의 응원과 성원이 필수적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임기 말 빠른 속도로 약화된 데는 보수·우파진영의 반발보다는 오히려 ‘호남 홀대론’ 등의 이유로 지지를 거둬버린 호남 유권자들의 변심이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집권 초기 호남 유권자들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지 않음으로써 지지층 단속과 결집을 위한 단단한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처럼 행진곡 제창은 1차적으로 지지층 민심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화합과 통합’을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제시한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해마다 5월만 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는 정치권과 국민 모두를 분열시키는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제창 방침을 지시한 것은 불필요하고 사소한 이념 논쟁을 끝내고 좌우 통합의 시대를 열어젖히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는 제창 형식으로 불렸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9년부터는 합창 방식으로 바뀌었다.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불러야 하는 제창과 달리 합창은 별도의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 나머지 참석자는 따라 부르지 않아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