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제5공화국 8대 대통령으로의 취임을 앞두고 본격적인 ‘개혁’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마크롱 당선인은 앞서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초짜’들이 대다수인 파격적 공천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인 독일에서 유럽연합(EU) 개혁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패기에 찬 마크롱 당선인의 겁 없는 도전이 5년이라는 임기를 성공으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취임과 동시에 △6월 총선 승리와 의회 장악 △EU 개혁을 위한 독일과의 한판 승부 △노동개혁 등을 발판으로 한 프랑스 경제 회생이라는 세 가지 시험대에 오르게 될 마크롱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시험대는 6월 총선 승리와 의회 장악=마크롱 당선인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6월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일이다. 6월11일(1차)과 18일(결선)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정권 초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크롱 당선인이 소속된 신생 정치단체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는 프랑스 상하원에 현재 단 하나의 의석도 없다.
LRM은 11일 전체의 52%가 선출직 공직자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 신인으로 채운 공천자 428명의 명단을 발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공천자 중 절반은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현 하원의원 평균(60세)보다 14세나 낮은 46세다. 사회당에서 나와 LRM 공천을 받으려 한 마뉘엘 발스 전 총리 등 기성 정치인들이 배제된 공천 명단에는 전직 여성 투우사와 수학자 등 정치 신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일단 유권자들은 마크롱 당선인과 LRM의 정치실험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해리스인터랙티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LRM은 유권자 29%의 지지를 확보해 일단 주요 정당 중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이 얻은 지지율(24%)보다 높다.
◇EU 개혁 놓고 ‘정치 100단’ 메르켈과 ‘담판’ 눈앞=친EU 노선을 택하는 마크롱 당선인은 경쟁자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를 대선 결선까지 이끈 반EU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마크롱 당선인은 프랑스 내부의 EU 회의론을 불식하기 위해 오는 15일 EU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기로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EU의 반덤핑조치 강화, 전략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공공사업에서 EU산 제품을 일정 수준 이상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조항 신설 등 EU의 경제적 결속을 높이고 소외된 노동자들의 분노를 풀어줄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9월 독일 총선을 의식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의회 창설 등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민감한 분야는 거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상 유지를 원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는 마크롱 당선인 간 기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발 부딪힌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경제 회복=마크롱 당선인이 경제 회복을 위해 강조하는 노동개혁 역시 험난한 앞날이 예고돼 있다. 프랑스 실업률은 지난해 4·4분기 10.0%이며 이 중 청년(15~24세) 실업률은 23.8%로 심각한 수준이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전임 정부의 개혁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마크롱 당선인은 취임 후 첫 경제과제로 노동 유연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동총동맹(CGT) 등 프랑스 주요 노조들은 총파업을 경고하는 등 벌써 곳곳에서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중부 크루즈 지방의 자동차 부품기업 GM&S의 공장 근로자들은 이날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과격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