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유감의 뜻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택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간토대지진 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사건과 관련해 ‘유감의 뜻 표명’을 할 예정이 없다는 답변서를 확정했다고 12일 교도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정부가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정부 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에 의한 학살 관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이날 답변서에서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해 “하나하나 자세히 답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답변서는 야당 민진당의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참의원 의원의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나왔다. 아리타 참의원은 최근 삭제 논란이 불거진 간토대지진 관련 정부 보고서에 관한 조선인 학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여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 일본 내각부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정부 내 전문가 집단인 ‘재해교훈의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에서 과거 작성한 보고서를 삭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관련 내용이 담긴 이 보고서를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지적하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중일 뿐이고 개편이 끝나면 계속 해당 자료를 게시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보고서에는 간토대지진의 사망·행방불명자는 10만5,000명 이상이며 이 중 일부가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과 함께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예가 많았다. 대상이 됐던 것은 조선인이 가장 많았다. 중국인, 내지인(자국인)도 수는 적었지만 살해됐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東京) 등 간토지방에서 규모 7.9로 발생한 대형 지진이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이 재일 조선인 등 6,000여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